영하 15도 엄동설한에 초등생 남매 내쫓아…아이들 "집에 안 갈래요"
(용인=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엄마, 아빠의 행동이 바뀌기 전까지는 집에 안 갈래요"
지난달 25일 오전 8시 30분께 경기도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경비원 숙직실에서 보호받고 있던 A(9)양과 그의 오빠(10)는 이들을 찾아 나선 경찰관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A양 남매는 앞서 이날 새벽, 부모로부터 실종신고가 접수된 아이들이었다.
경찰은 A양의 뺨, 그리고 오빠의 엉덩이에서 각각 폭행 흔적을 발견,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사연은 이랬다.
계모 B(47)씨는 실종신고 전날인 지난달 24일 오후 6시께 A양 남매를 수차례 때렸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사소한 이유에 비해 폭행의 강도가 매우 셌다.
B씨는 플라스틱 주걱으로 A양의 뺨을 10차례 후려쳤고, 악기 연주 도구(북채)로 A양 오빠의 엉덩이를 마구 때렸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A양 남매를 집 밖으로 쫓아내고는 찾지 않았다.
당시 용인지역에는 한파주의보가 발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에 달했다.
A양 남매는 각각 초등학교 3학년, 4학년에 진학할 나이로 스스로 집에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로 가 경비원을 찾았다.
경비원은 "얘들아 집이 어디니? 부모님께 가야지"라고 말했지만, A양 남매는 연락처를 밝히길 거부했다.
별수 없었던 경비원은 A양 남매를 숙직실에서 돌보다가 학교 교직원이 출근한 이튿날 오전 이 같은 사실을 알려 경찰을 부를 수 있었다.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B씨와 그의 남편(41)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 B씨는 A양 남매를 수차례 폭행하고 쫓아낸 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남편이 귀가한 밤늦게서야 아이들을 찾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신고도 이튿날 새벽에야 이뤄졌다.
B씨와 그의 남편은 2년여 전 재혼한 사이다. A양 남매는 B씨 남편의 전처가 낳은 아이들이지만, 재혼 전인 수년 전부터 B의 양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양 남매는 '엄마, 아빠의 행동이 바뀌기 전까지는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B씨는 물론 그의 남편도 아이들을 때린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 학대의 상습성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양 남매를 B씨 부부와 분리, 보호시설에 인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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