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 탄' 버스에 불 번지자 앞뒤 문 열고 "빨리 대피하라" 외쳐여수 버스 기사, 승객 내리게 한 뒤 방화범까지 붙잡아
(여수=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뒤에서 불이 확 번지는 순간 승객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습니다."
지난 6일 오후 6시 30분께 전남 여수시 학동 여수시청 교통정보관제센터 앞 정류장에서 방화에 불탄 버스를 운전한 임모(48)씨는 사고 순간의 아찔한 기억을 떠올리며 한숨을 돌렸다.
방화범 문모(69)씨가 운전석 바로 뒤에서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을 때는 정류장에서 문씨를 포함해 3∼4명을 태우고 막 출발하려던 순간이었다.
임씨는 문을 닫고 출발하려는 찰라, 뒤쪽에서 화염이 치솟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버스 안에는 퇴근 시간대라 40여명의 만원 승객이 타고 있었다.
순간 임씨의 머릿속에는 '승객들을 우선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는 매월 한 차례씩 회사에서 받는 교육 덕분이기도 했다.
버스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승객을 구조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귀가 닳도록 교육을 받은 터였다.
불길을 본 순간 임씨는 앞뒤 문을 모두 열고 승객들에게 "빨리 대피하라"고 외쳤다.
임씨는 "10여년 버스를 운전하면서 매월 받은 교육에서 승객을 대피하라는 교육을 수도 없이 들어 순간적으로 문을 열고 승객들에게 빨리 대피하도록 고함을 쳤다"고 말했다.
다행히 40여명의 승객들은 질서 있게 뒷문으로 내려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대피 과정에서 승객 3명이 허리와 발목을 접질리는 상처를 입었고 4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승객들이 내리는 것을 확인한 임씨는 운전석 왼쪽 문으로 내려 달아나는 방화범을 뒤쫓았다.
문씨는 방화 과정에서 발과 손에 화상을 입어 멀리 가지 못했다.
임씨는 버스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화상에 고통을 호소하는 방화범을 곧바로 붙잡아 출동한 경찰에 넘겼다.
임씨는 "불이 확 붙은 것을 보며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평소 회사에서 받은 교육이 도움됐다"며 "그나마 인명피해가 없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방화범을 붙잡아 경찰에 넘긴 임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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