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 등록 업종에 따라 방염 대상 여부 달라져
전문가 "법 정비는 물론 운영자 의식개선도 필요"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지난 4일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는 가연성 소재가 많은 어린이 놀이시설 철거작업 중 발생, 순식간에 유독가스가 번지면서 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철거작업 중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다행히 어린이 피해는 없었지만, 만일 평상시 완충재 등 석유화학제품이 가득한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그 위험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키즈카페를 포함한 상당수 실내 어린이 놀이시설은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재질이 부드러운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등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든 놀이기구를 많이 사용한다.
이들 석유화학제품은 불에 탈 때 엄청난 양의 유독성 연기를 내뿜기 때문에 방염처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키즈카페 등 어린이 놀이시설은 시설 분류에 따라 방염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업주조차 방염이 중요한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 법 정비와 의식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즈카페는 고유 업종이 아니다. 카페와 음식점, 어린이 놀이터가 합쳐진 형태로 식품접객업인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 또는 놀이시설을 운영하는 유원시설업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일반·휴게음식점은 바닥면적이 100㎡가 넘어야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돼 방염 등 소방법 적용을 받고 유원시설업은 건물 층수가 11층 이상일 때 적용된다.
3층짜리 건물 2층에 입주해 면적 100㎡ 이하만 휴게음식점으로, 나머지를 유원시설업으로 등록하면 소방법 적용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자력 대피가 힘든 유아나 어린이들이 주요 고객이지만, 정작 이들은 안전을 담보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업종의 성격을 구분 짓는 법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으면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법도 규제를 안 하는데 어느 업주가 나서서 몇 배나 되는 비용을 들여 방염처리를 일일이 할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방염은 자재가 불에 타는 속도를 더디게 해서 초기 진압과 대피하는 시간을 벌어준다. 제품 제작단계에서부터 방염재료를 함께 넣는 방법과 필름 부착, 도료 도포 방법 등이 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는 (방염 대상에 해당하면) 건축물 내부 천장이나 벽지, 블라인드 등 커튼류에 방염처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물론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비품에 대한 세세한 규정까진 없지만, 공간에서 큰 면적을 차지하는 부분만 방염 처리해도 연소 확대를 방지하는 효과는 크다.
일부 어린이 놀이시설은 방염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한 놀이시설 관계자는 "화재를 대비할 때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와 대피로 확보 등에만 신경 썼지, 폴리우레탄 소재 매트나 플라스틱 놀이기구가 불에 타면 위험해서 '방염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제품이 탈 때 배출되는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면 1∼2분도 안 돼 질식할 확률이 높고, 연기 확산 속도도 수평으로 초당 30∼50㎝, 수직으로 3∼5m로 빨라서 제때 대피하지 않으면 대형 인명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방염처리를 하려면 비용이 2∼3배는 많이 들고, 절차도 번거로워서 방염 여부를 규제하는 법이 따로 마련되지 않는 이상 운영자가 자발적으로 방염에 나서는 행동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놀이시설 관련 업체 직원은 "안전은 비용을 떠나야 하는 부분이지만, 사업장 여건 등을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모든 가연성 제품에 방염처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도 "사업시설인 키즈카페 등에 모든 규제를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어린이 이용 비율이 기준치를 넘으면 노유자시설에 준하는 엄격한 소방 기준을 적용하든지 지자체가 이들을 별도로 관리·감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민안전처가 안전사고 사망자 수를 분석한 결과 '건물 및 구조물에서의 화재·연기 질식사고'로 2011년 254명, 2012년 311명, 2013년 299명, 2014년 323명, 2015년 269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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