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를 두려워하라' 겁박해도 이란 대답은 '싫다'"
트럼프 취임 후 첫 직접비판…이란외무 "힘든 시절 앞뒀다" 우려
(테헤란·서울=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어느 나라도 이란의 자주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 7일(현지시간) 강조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열린 공군창설기념식에서 "트럼프는 '나를 두려워하라'고 겁박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싫다'라는 말"이라며 "그 어떤 세력도 이란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또 이란 최고위 인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간 이란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긴 했으나 이름을 특정하지는 않았고 강경론자들조차 그를 직접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의 새 대통령이 '이란은 오바마에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며 "도대체 무엇에 감사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에 적은 '이란은 고사할 위기에서 (핵협상으로) 자신을 구해 준 오바마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글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의 전 대통령(오바마)은 ISIS(이슬람국가의 옛이름)가 태어나게 했고 이란을 마비시키려고 제재를 부과한 장본인"이라며 "결국 그의 목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말로 고마운 사람은 미국 새 대통령"이라며 "그는 우리가 30여년간 말해 온 정치, 경제, 도덕적으로 타락한 미국 지도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관련, "그는 공항에서 5살짜리 어린아이를 구금하는 짓을 한다"며 "이게 미국이 내세우는 인권의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최고지도자의 발언으로 이란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더는 묵과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 명백해졌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치 평론가인 하미드레자 타라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과 거친 발언에서 이란에 대한 오판이 드러난다"며 "이란이 겁을 내지 않을 것이란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곧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날 한 이란 신문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이란이 힘든 시절을 앞두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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