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차 청문회 발언…"美대선후 도발 안하는 이유는 한국의 정치적 위기 탓"
전문가들, '핵 동결 협상론'에 부정적 시각 드러내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7일(현지시간)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 초반에 핵 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에 제출한 북한 문제 청문회 관련 서면증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청문회에 전문가 증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이 같은 도발 행위는 "(핵과 미사일)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고, (트럼프) 대통령을 밀어서 넘어뜨릴 수도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또 "역대 자료를 살펴보면 북한은 미국 선거를 겨냥해 도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실제로 북한이 지난해 미 대선 한 달 전인 10월에 두 차례에 걸쳐 중거리탄도미사일(MRBM·무수단) 시험발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미 대선 이후 아직 도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의 정치적 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몰락하고 친북 성향 진보 정권이 탄생할 가능성 때문에 북한의 계산이 복잡해졌다"며 "북한은 보수 세력에게 '밸러스트'(배의 바닥짐)'가 될 수 있는 행동들을 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일단 한국에서 리더십 위기가 해소되면(혹은 해소되기 이전이라도) 탄도미사일과 핵 실험이 확실히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석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역임했으며,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에 거론되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동결'을 전제로 협상을 재개하자는 이른바 '핵 동결 협상론'에 대한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견해가 쏟아졌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정당화하고 수용하는 것은 동맹국들에 도발적이기 때문에 동결을 목표로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수미 테리 전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도 갈루치 전 특사의 발언에 동의한 뒤 "북한의 핵 동결 선언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검증하기도 매우 어렵다"며 북한 정권의 신뢰도에 핵 동결 검증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차 석좌는 "과거 2차례의 북핵 합의 당시 우리는 약 5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결국 합의는 파기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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