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재단 "오월정신 세계화"…UN "미등록 단체, 대사 동의해야"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미국 뉴욕의 유엔(UN·국제연합) 본부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를 여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37주년 5·18 기념식을 유엔본부에서 별도로 열기 위해 지난달 말 유엔 비정부기구(NGO) 담당자와 접촉했다고 8일 밝혔다.
유엔 비정부연락사무소 위원이자 5·18재단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욤비 토나(51) 광주대학교 기초교양학부 교수가 지난달 뉴욕 방문 때 재단이 준비한 서류를 유엔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유엔 담당자는 이 자리에서 "5·18재단은 유엔에 등록된 NGO가 아니라서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서류 접수를 거부했다.
이에 재단은 지난 5일께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 행사개최 동의를 요청하는 전자우편을 보냈다.
유엔 주재 대사는 외교부 소속이다. 재단은 아직 외교부나 유엔 한국대표부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재단이 유엔본부에서 개최를 추진하는 5·18 기념식은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정부 행사와 무관하다.
5·18단체가 세계의 심장부에서 광주 오월 정신을 알리자는 취지로 준비한 국제연대 행사다.
재단이 5월 26일 개최를 희망하는 행사에는 미국 곳곳에서 해마다 5·18 기념식을 열어온 미주한인회, 오월 광주에 관심 있는 석학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로서는 최초로 5·18 기록물을 기증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도 유엔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리퍼트 전 대사는 지난달 이임을 앞두고 광주를 방문했을 때 '미 정부 5·18 기록물 공개를 위해 계속 도와달라'는 재단의 요청에 "물론이다. 광주의 노력을 돕겠다"고 화답했다.
재단은 기념식에 이어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님을 위한 행진곡'과 5·18 책자 다국어 번역본을 지구촌에 소개하는 행사를 한다.
최초로 5·18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기록한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영문판 재출판 기념회도 함께 열 계획이다.
욤비 교수는 20일께 다시 뉴욕을 방문해 유엔 관계자와 만날 예정이다. 재단은 그 전까지 외교부가 취지에 동의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재단이 유엔에 직접 NGO 등록을 마치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지만, 절차를 거치다 보면 5월에 기념식을 여는 계획은 무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광주시 국제관계대사가 돕고 있으며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대표부 동의를 구하고 있다"며 "유엔본부에서 5·18 기념식을 연다면 오월의 세계화와 역사 왜곡 극복에 큰 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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