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형태뿐인 사랑'·히가시노 '기린의 날개'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42)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59). 사뭇 다른 개성으로 오늘날 일본문학을 이끄는 두 작가의 소설이 나란히 번역돼 나왔다.
1999년 스물네 살 때 '일식'으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한 히라노는 어느새 중견 작가가 됐다. '미시마 유키오의 재림'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깊이있는 주제와 고풍스러운 문체로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다.
이번에 번역된 '형태뿐인 사랑'(아르테)은 '결괴'·'던' 등과 함께 이른바 '분인주의 4부작'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분인(分人)은 "상대와의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자기의 내부에 형성되어 가는 패턴으로서의 인격"을 뜻하는 작가 고유의 철학적 개념이다.
'형태뿐인 사랑'은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미모의 여배우와 그의 의족을 만들게 된 디자이너의 사랑 이야기다. 디자이너 아이라 이쿠야는 빗길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차량 밑에 깔려있던 여배우 가나세 구미코를 병원으로 옮긴다. 가나세는 사고현장에서 도망친 이벤트기획사 사장 미카사 류지와 불륜관계였다.
믿었던 애인에 한쪽 다리까지 잃은 가나세는 자신을 돌봐주는 아이라에게 위안을 받는다. 아이라 역시 가나세를 통해 가족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가나세는 가명의 배우로서 갈구하던 주인없는 사랑이 아닌, 나카무라 구미라는 본명으로 진실한 사랑을 찾는다.
"왜 인간은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사랑하고, 다른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사랑이란 상대의 존재가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죽음이나 인간 본성 등 추상적 주제에 천착하던 작가는 신체와 감정의 주고받음 같은 구체적인 대상으로 초점을 옮겼다. 작가는 "살아있는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의 육체라는 주제 대해 관심이 되돌아왔다. 소중한 것이 없어졌을 때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0년 출간된 현지에서는 "전작들과 달리 난해하지 않아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동시에 지적이고 문학적인 깊이가 있다"는 평을 받았다. 양윤옥 옮김. 448쪽. 1만5천원.
어느 가을날 밤, 도쿄 한복판 니혼바시(日本橋)에서 건축부품 제조회사 본부장인 아오야기 다케아키가 숨진 채 발견된다. 가슴을 흉기에 찔린 남자는 피를 흘리며 다리 중앙으로 이동한 뒤 기린 조각상을 향해 기도하는 듯한 기이한 자세로 쓰러졌다.
두 시간 뒤 인근 공원에서 야시마 후유키가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트럭에 치여 혼수상태에 빠진다. 야시마에게서 아오야기의 신분증과 가방 등 유류품이 나온다. 야시마는 아오야기가 다니던 회사에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6개월 전 해고당한 인물이었다. 해고 직전 사고로 다친 야시마는 산업재해 처리도 받지 못했다.
수사방향은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 또는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좁혀진다. 결정적 물증인 흉기에선 후유키의 지문이 나오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알리바이까지 확인된다. 원점으로 돌아간 수사는 아오야기의 생전 행적이 드러나면서 조금씩 실마리를 찾는다. 아오야기는 니혼바시 일대 신사를 떠돌며 누군가에게 종이학을 바치고 속죄의 기도를 해오고 있었다.
'기린의 날개'(재인)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아홉 번째 작품이다. 가가 형사는 안경 케이스 등 작은 단서를 붙잡고 끈질긴 탐문으로 사건의 전말을 밝혀낸다. 니혼바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도쿄의 풍경과 가가 형사의 활약을 통해 작가가 전하는 사회적 메시지가 두뇌게임에 흥미를 더한다.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등으로 국내에도 고정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의 2011년작. 김난주 옮김. 420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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