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남면 한 젖소농장 구제역 간이검사 '양성'…114마리 살처분
(연천=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조용한 동네에 갑자기 차와 사람이 지나다니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결국…."
올해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의 한 젖소 사육 농가.
반경 1km 이내 몇몇 비닐하우스 말고는 건물이나 인적이 없어 평소 소 울음소리만 가끔 들렸다는 한적한 이 농가 주변에는 8일 긴장감이 맴돌았다.
농가 출입구 앞에는 방역 선이 쳐지고 방역용 차들이 자리를 잡았다. 온몸을 방역복으로 무장한 관계 당국 인원들이 수시로 출입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흰색과 노란색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은 농가에 들어가 젖소들의 상태를 살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입에서 침을 길게 늘어뜨린 젖소가 취재진에게 포착되기도 했다.
오후 들어 해당 농가의 젖소 3마리에 대한 구제역 간이검사가 양성으로 나오며 관계자들은 본격적으로 살처분 준비를 시작했다. 좁은 진입로로 트럭과 포크레인의 출입이 잦아졌다. 이 농장에서 사육되는 114마리 모두가 살처분된다.
포크레인은 농장 내부에 터를 잡고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현장에 나온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살처분 준비도 함께하고 있다"며 "그냥 땅에 매장하면 근처 임진강이 오염될 우려가 있어 플라스틱 탱크를 가져와 매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살처분은 농장 내부의 젖소를 안락사시키고, 사체를 중장비로 플라스틱 탱크로 옮겨 담는 순으로 진행된다. 농가 자체적으로 살처분 준비는 마무리됐지만, 플라스틱 탱크의 운반이 늦어져 이날 밤늦게까지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500m 이내에 다른 젖소 농가는 없지만, 구제역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전파돼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근처에서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는 A(57)씨는 "구제역 소식이 나오고 나서 (해당 농가가) 친구와 친척도 못 오게 할 정도로 조심했는데 이렇게 되서 안타깝다"며 "자식처럼 키워온 소를 죽여야 된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이 농가에서 젖소 10마리가 침흘림, 수포 등의 증상을 보인다는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고 간이검사 결과, 검사한 3마리 모두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에 따라 도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하는 한편, 해당 농가가 사육중인 젖소를 모두 살처분할 방침이다.
또 해당 농가에서 반경 3㎞ 이내에 있는 우제류(발굽이 2개인 소·돼지·염소 등 가축) 가축 사육농가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했다.
구제역이 발생한 연천에는 588농가가 13만2천여마리 소와 젖소, 돼지 등 우제류 가축을 사육 중이다. 경기도 전체는 1만3천500여 농가가 245만8천여 마리(한우 28만 마리, 젖소 17만 마리, 돼지 204만 마리)를 사육한다.
jhch79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