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듣고 달린다…시각장애 스키선수 양재림의 평창 드림

입력 2017-02-08 16:44  

소리를 듣고 달린다…시각장애 스키선수 양재림의 평창 드림

'눈' 역할 하는 가이드, 고운소리와 평창패럴림픽 도전








(평창=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시각장애인 스키선수 양재림(28·국민체육진흥공단)은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다.

미숙아 망막 병증으로 인해 왼쪽 눈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른쪽 눈은 1/10 정도만 보인다.

양재림은 장애의 벽을 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부모님의 권유 속에 스포츠, 미술 등 다양한 활동에 매진했다.

그는 미술에 두각을 보여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기도 했다.

양재림이 본격적으로 스키를 타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그는 "한쪽 눈이 나빠 균형감각이 떨어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키를 배웠다"라고 말했다.

양재림은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1년 전국장애인동계체전을 통해 데뷔한 양재림은 2014년 소치 동계 패럴림픽에서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시각장애스키는 눈이 보이지 않는 선수를 위해 함께 달리는 '가이드 러너'가 필요하다.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훈련할 때마다 옆에 붙어있어야 한다. 이에 따른 비용이 상당하다.

양재림은 비용 문제로 가이드 러너를 수차례 바꿔야 했다.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22·국민체육진흥공단)는 촉망받는 비장애인 스키선수였다.

그는 유니버시아드 대표, 국가대표 상비군 등 엘리트 코스를 차례대로 밟았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는 은퇴를 고심하던 중 양재림의 가이드 러너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새로운 인생을 결심했다.

양재림과 고운소리는 2015년 8월,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비슷한 시기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장애인스키팀을 창단해 두 선수는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게 됐다.

고운소리는 "(양)재림 언니와 잘 맞았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지난해부터 국제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시각장애 알파인 스키 월드컵에선 회전 종목 은메달, 대회전 종목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는 1년 뒤 열리는 2018 평창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의 유력한 메달 후보다.

시각장애 알파인 스키는 총 5종목으로 이뤄져 있는데, 두 선수는 회전 종목과 대회전 종목 출전권을 획득했다.

양재림은 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장에서 열린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알파인 스키 경기를 마친 뒤 "올해 남은 월드컵에서 슈퍼G와 슈퍼콤바인 종목 출전권을 획득하는 게 목표"라며 "평창패럴림픽에선 고운소리와 함께 메달 1개 이상을 꼭 따고 싶다"라고 말했다.

고운소리는 "평창패럴림픽은 내 인생의 첫 올림픽 무대"라며 "비장애인 대회에서 못 이룬 꿈을 언니와 함께 꼭 이루고 싶다"라고 밝혔다.

시각장애스키는 선수와 가이드 러너가 무선 헤드셋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활강하는 종목이다.

앞서 달리는 가이드 러너는 형광 조끼를 입고 매 순간 코스 상황을 알린다.

선수는 가이드 러너의 신호에 따라 활강 속도와 움직임을 결정한다.

호흡이 맞지 않을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매 순간 긴장해야 한다.

완벽한 팀 워크를 맞추기 위해 두 선수는 훈련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함께 생활한다.

양재림은 "고운소리와 1년에 300일 정도 붙어있는다. 이젠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다.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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