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표 분산으로 '차악'인 여당 출신 후보 탈락할까 우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정부 수반인 행정장관 선거를 앞둔 홍콩 야권이 급진 성향 야권 인사의 출마 선언으로 고심하고 있다.
선거인단 수 열세로 야당 소속 인물의 당선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여당 출신 가운데 그나마 '차악'(次惡)의 인물을 선택하려던 전략마저 무너질 수 있어서다.
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급진 성향 야당인 사회민주연선(社會民主連線)의 렁?훙(梁國雄) 전 주석은 이날 행정장관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긴 머리'란 별칭의 입법회의원(국회의원격)인 렁 전 주석은 현재 출마한 4명의 후보 모두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를 대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 중 누구에게도 투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범민주파 선거위원인 베니 타이(戴耀延) 홍콩대 법대 교수는 불성실한 의원선서를 이유로 범민주파 의원의 자격박탈 요구 소송을 제기한 정부 결정을 철회하는데 동의할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며 범민주파 측의 단결을 촉구했다.
이는 당선 가능성이 적은 범민주파 후보 대신 여당 출신이지만 당선 가능성이 큰 친(親)중국파 중 상대적으로 범민주파에 우호적인 인사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음 달로 예정된 행정장관 선거의 선거위원 1천194명 가운데 야권 위원은 4분의 1인 326명에 불과해 야권은 자체 후보를 당선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친중국파 중에서 상대적으로 범민주파에 우호적인 존 창(曾俊華) 전 재정사 사장(재정장관 격)을 밀어 당선시켜야 한다는 '전략적 선택론'이 야권에서 논의됐다.
그러나 렁 전 주석이 출마하면 야권표가 분산돼 차악이 아닌 최악(最惡)의 여권 인물이 당선할 수 있다는 것이 '야권 단결론' 측의 우려다.
다만 렁 전 주석은 범민주파 단체들이 진행하는 모의 시민투표에서 3만8천 표 이상 얻지 못하면 선거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밝혀 야권의 전략적 선택론자들은 렁 전 주석의 사전 탈락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이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최고지도부가 공개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캐리 람(林鄭月娥·여) 전 정무사장(총리격)이 46%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친중국파 중 상대적으로 범민주파에 우호적인 존 창(曾俊華) 전 재정사 사장(재정장관 격)이 34%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개 범민주파 시민단체가 진행하는 모의 시민투표에서는 8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현재 '차악 후보'로 간주되는 창 전 사장이 4천926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렁 전 주석과 우?힝(胡國興) 전 고등법원 판사는 각각 1천990표와 1천408표를 얻었으며, 일반 여론 조사에서 1위를 달린 람 전 사장은 61표를 얻는 데 그쳤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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