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정훈아·초등학생 훈지 자매, 우애로 만든 값진 메달
(평창=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눈이 보이지 않는 초등학교 노르딕 스키선수와 그의 경기를 돕는 언니 가이드 러너가 있어 화제다.
정훈지(13·대왕중), 정훈아(11·율현초) 자매가 주인공이다.
두 살 터울의 자매는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장애인스키 노르딕에 출전해 은메달 3개를 합작했다.
두 선수는 6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여자 크로스컨트리 5㎞ 선수부 경기에서 총 5팀 중 2위에 올랐고, 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2.5㎞ 클래식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8일엔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3㎞ 종목에서 4팀 중 2위를 차지했다.
정훈지-훈아 자매는 지난 1월 스키를 배웠다.
선천성 시각장애 1급인 정훈아가 주변의 권유로 노르딕 스키를 배우자, 언니도 "동생을 보살펴주고 싶다"라며 스키를 따라 신었다.
정훈지는 동생의 가이드 러너를 자처했다.
훈련은 고됐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오전 체력 훈련을 했고, 9시부터 점심까지 스키를 탔다.
오후엔 팀 미팅을 한 뒤 기초 지상 훈련과 스키 실전 훈련을 소화했다.
정훈지는 "오르막길을 오를 때 너무 힘이 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동생을 위해 꾹 참았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여느 자매처럼 많이 싸우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장에 들어서면 서로를 보살피며 눈길을 달렸다.
정훈지는 "코스에 경사진 곳이 많아서 동생이 다칠 수도 있다. 소리를 크게 내면서 알려줘야 동생이 다치지 않고 따라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동생 정훈아는 "앞이 보이지 않아 처음엔 매우 무서웠는데, 언니 목소리를 들으니 괜찮아졌다"라고 말했다.
처음엔 많이 넘어졌다. 서로의 속력을 맞추지 못해 코스 한 번을 돌 때마다 수차례씩 나뒹굴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스키를 배운 지 몇 주 만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문 한 달 만에 출전한 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은메달 3개를 휩쓸었다.
두 자매의 꿈은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정훈지는 "아직 나이가 어려 평창패럴림픽엔 출전하지 못하지만, 실력을 키워 다음 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스키 노르딕은 일반 스키 노르딕처럼 평지에서 스키를 타는 종목이다.
다만 앞서 달리는 가이드 러너가 경기 중 끊임없이 코스 상황을 알리며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 선수를 돕는다.
노르딕은 눈길을 질주하는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접목된 바이애슬론으로 나뉜다.
시각장애 바이애슬론의 경우, 선수는 조준 상태를 소리로 들으며 전자총으로 사격한다.
두 종목은 장애 유형에 따라 시각, 청각, 좌식, 지적 장애 종목 등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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