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5G 이어 인공지능 TV서 논란 재연에 "소비자 피해 우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오수진 기자 = 통신업계가 또다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통신회사 간 자존심 싸움에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030200]는 전날 방송광고심의위원회에 인공지능 TV '기가 지니'의 TV용 광고 심의 보류를 요청했다. '세계 최초'라는 문구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추가 증빙 자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KT 관계자는 "세계 최초라는 사실에는 문제가 없지만, 논란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자료를 보완할 계획"이라며 "광고 문구에서 '세계 최초'라는 표현을 빼기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가 지니'는 인공지능 음성 비서를 탑재한 IPTV 셋톱박스에 스피커, 전화, 카메라를 결합해 TV 및 음악 감상·일정 관리·사물인터넷 기기 제어 등 각종 기능을 제공한다.
지난달 17일 첫 공개 이후 각종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해 '세계 최초'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했지만, IPTV를 음성 비서와 연동했다는 점에서 기존에 나온 서비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애플과 아마존은 2015년 IPTV에 자사의 음성 비서를 탑재했고, 국내에서는 작년 말 SK텔레콤[017670]의 인공지능 비서 '누구'가 SK브로드밴드의 Btv와 연동됐다.
KT는 "스피커 형태의 셋톱박스에 인공지능 비서를 탑재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기가 지니'가 제공하는 서비스도 기존 서비스보다 광범위하다"는 입장이다.
'세계 최초'를 둘러싼 통신업계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1월 SK텔레콤이 3밴드 LTE-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내용의 TV 광고를 내보내자 KT는 사실과 다른 허위·과장광고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험용 단말기로 100명의 체험단에 서비스한 것을 상용화로 볼 수 없다는 게 KT의 입장이었다.
두 회사가 합의하며 소송은 취하로 마무리됐지만 '세계 최초' 논란은 이듬해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재연됐다.
SK텔레콤이 지난해 MWC 개막 첫날 20.5Gbps 속도로 5G 데이터 전송을 시연하며 공공장소에서 20Gbps급 속도를 구현한 것은 처음이라고 홍보했지만 같은 날 에릭슨이 25Gbps를 웃도는 데이터 통신에 성공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SK텔레콤은 "개막 전까지 공공장소에서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섣부른 홍보였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세계 최초'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통신사 간 무리한 마케팅 경쟁이 배경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속도 경쟁에 치중하다 보니 '일단 하고 보자'는 심리가 있다"며 "홍보 효과를 위해 '세계 최초' 타이틀에 집착하다 보면 전체 업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ICT정책국장은 "과장·허위 광고는 소비자를 현혹해 잘못된 제품 선택을 하게 할 수 있다"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강력하게 허위 광고를 규제하고, 이용자 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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