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미일관계 중시 보여주는 것"…日 "이례적 환대"
"트럼프가 무슨 요구할지 몰라" "이 시점에 골프라니" 경계론도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 정부는 오는 9일 미국 방문 길에 나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물론 그의 별장으로 초대받은 것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백악관에서의 정상회담을 한 뒤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를 두 정상이 함께 타고 트럼프의 개인 별장으로 이동, 골프까지 치기로 한 것은 미국 측이 아베 총리를 상당히 예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다.
그러나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선 반(反)이민 정책으로 전 세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함께 골프를 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단 일본 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 초청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과 특수관계인 외국 정상들을 캠프 데이비드나 텍사스주의 크로포드 목장, 메인주의 케네벙크포트 가족별장으로 초청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당시 아베 총리가 미국 뉴욕을 방문해 외국 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회담하면서 구축된 신뢰관계가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층 공고해지기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라운딩 계획에 대해 그동안 "조정 중"이라고만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자신의 호화 리조트 '마마라고'로 초대했다고 공식 발표하자 일본 측은 "신뢰관계 강화의 좋은 기회"라고 반기는 것이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번 일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관계, 동맹 강화, 경제적 관계를 중시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양국 정부가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아베와 트럼프는 오는 10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연 뒤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를 타고 플로리다로 함께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플로리다에서 부부동반 만찬을 한 뒤 다음날에는 팜비치 별장에 있는 골프장에서 함께 27홀에 걸쳐 라운딩을 할 예정이다. 골프장에서 오찬과 만찬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은 교도통신에 "미국으로부터 이례적 환대를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측은 두 정상이 이틀에 걸쳐 최소 3차례 식사를 함께하고, 여러 시간 함께 라운딩하며 '개인적 신뢰관계 구축'을 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양 정상 간 교류를 더욱 깊게 해 신뢰관계를 확고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업가 출신답게 협상력이 뛰어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무역 불균형을 거론하며 일본을 비판해 온 만큼 예상치 못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가 난민과 이슬람권 7개국에 대한 입국금지명령을 금지한 것에 대한 비판론이 비등한 가운데 주요 7개국(G7) 정상 중 일본 총리만 침묵을 지키고, 아예 골프까지 같이 치는 것은 비판 받을 수 있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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