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 "게임 규모 커지며 인력 부품化…집중노동 규제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모바일 게임 등 기술 발전으로 게임 업계 종사자가 격무에 시달릴 위험이 계속 커져 실태 조사와 과잉 노동 규제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시간센터의 김영선 연구위원은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리는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 토론회 발표 자료에서 "게임 시장의 흐름이 모바일 플랫폼(서비스 공간)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게임 개발주기가 대폭 짧아졌다"며 이처럼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유행이 빠르고 제품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모바일 게임이 업계의 주류가 되면서 개발 기간이 종전 3∼5년에서 2년 미만 내지 수개월 수준으로줄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시장 선점을 노려 출시를 앞당기려는 업체들의 경쟁까지 겹치며 개발자들이 야근·밤샘을 거듭하는 '크런치 모드'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과 반대로 개발 프로세스의 혁신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이나 사업팀 등이 구태적 '중앙 통제' 관리를 고집하면서 개발 일정 단축이나 비합리적 요구 등을 되풀이해 개발진의 격무가 더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게임 규모가 커지고 핵심 엔진에 여러 모듈(요소)을 덧붙여 게임을 완성하는 모듈화 공정의 여파로 개발자가 (소극적) 부품으로 전락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벤처 성공 신화를 꿈꾸며 자발적으로 일하던 모습은 과거가 됐고 '소모품 취급' 등의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 퍼블리셔(게임 유통사)와 중소 개발사와의 격차가 커지면서 개발사가 유사 하청업체가 되는 문제도 심각하다"며 "개발사가 흥행 실패의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되면서 경쟁이 격화해 장시간 노동의 폭력성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간헐적으로 특정 기간에 몰리는 초(超)장시간 노동을 금지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연속 노동 시간에 제한을 두고 퇴근과 다음 출근 사이에 일정한 쉬는 시간을 보장하는 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과로 문제가 심각했던 병원의 전공의 수련과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휴식을 의무화한 법이 이미 도입됐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개발자 돌연사가 잦은 사업장에는 직업성 질환에 관한 역학 조사 등을 실시하고, 게임 업계 전체의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 조사를 정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익 양극화·무리한 재작업 요구 등 게임 업계의 불공정 거래가 게임 노동자의 근로 환경을 해치는 만큼 정부가 '콘텐츠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기관을 만들어 이런 관행을 막아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한편 토론회에서 발표된 '2016년도 게임산업종사자의 노동환경 실태 설문조사'를 보면 게임 개발자의 월평균 노동 시간은 205.7시간으로 5인 이상 사업장의 상용직 근무자 평균(178.4시간)보다 훨씬 많았다.
이번 행사는 이정미 의원(정의당)과 노동단체 '노동자의미래'가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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