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미얀마군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살인과 성폭행, 방화 등을 저질렀다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발표 이후 미얀마를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일 바티칸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 참석한 신자들에게 "로힝야족은 단지 그들의 문화와 이슬람 신앙대로 살길 원한다는 이유로 고통받고, 죽임을 당하고 있다"며 핍박받는 로힝야족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OHCHR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상대로 다중살인,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면서 '반인도적 범죄'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토벌작전 와중에 수백 명이 죽었을 것이라며 집단학살과 인종청소 가능성도 언급했다.
교황은 "로힝야족은 누구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까닭에 미얀마에서 내쫓긴 채 이리 저리 떠돌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은 선량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그들은 기독교인들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이고, 우리의 형제 자매"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로힝야족 다수가 미얀마군의 탄압을 피해 도피해 있는 방글라데시를 올해 하반기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사회적, 문명적 맥락에서 장벽을 세우지 말고, 대신 다리를 건설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하며 평소 지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교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7개국 국민을 상대로 내린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겨냥한 듯한 이날 발언에서 "악에 악으로 응답하지 말고, 악은 선으로, 공격은 용서로 물리쳐야 한다"며 "기독교인이라면 '당신은 어떤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을 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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