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한테 사기 당한 농아인 "눈물로 하루하루 산다"(종합)

입력 2017-02-09 15:30  

농아인한테 사기 당한 농아인 "눈물로 하루하루 산다"(종합)

사기단에 2억5천만원 투자 후 매달 네차례 대출상환일…빚 갚느라 병 얻어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유일한 보금자리인 집까지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막막합니다. '행복팀'을 처벌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농아인 A(53)·B(47·여)씨 부부는 9일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를 찾아 같은 농아인 투자 사기조직인 '행복팀'으로부터 거액 사기를 당한 심경을 수화 통역사를 통해 힘겹게 털어놨다.

사연을 전하는 부부의 손짓과 표정에는 피해를 당한 비통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사건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님 집을 물려 받아 단란한 가정을 꾸려온 부부에게 지인을 통해 같은 농아인이 접근해왔다.

이 사람은 "행복팀을 통해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부부에게 투자를 권했다.

이어 "일반인이 99% 투자를 하고, 농아인은 1%에 불과하지만 혜택은 똑같이 받는다", "3개월 안에 투자금의 3∼5배를 돌려주겠다"고 했다.

또 "걱정 없이 일반인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감언이설도 쏟아냈다.

A씨 부부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상대는 집요하게 투자를 권유했다.

결국 A씨는 제2금융권에서 집을 담보로 2억3천만원을, B씨는 역시 2금융권에서 주부대출로 2천만원을 빌려 마련한 총 2억5천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부부에게 돌아온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사이 "왜 돈을 주지 않느냐"고 항의도 해봤지만 그 때마다 "더 기다려달라"는 답변이 되풀이될 뿐이었다.

부부가 사기를 당했다는 걸 깨달은 건 경찰이 행복팀 피해자 신고를 받는다는 공문을 SNS에 올린 뒤인 올해 초다.

단란하던 삶은 이미 모두 무너져내렸다. 구두 공장에 다니는 A씨와, B씨는 대출 상환을 위해 매달 120만원가량을 갚느라 힘들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00만원 남짓 되는 남편 월급으로는 대출 상환을 못해 집을 넘길 위험이 큰데다 생활도 불가능해 몸이 불편한 아내마저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B씨는 하루 8시간씩 의류 공장에서 상표를 붙여가며 매달 10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B씨는 "행복팀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하루 한두시간 잘까 말까다"며 "근심 걱정 때문에 몸이 더 안좋아져 병원을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 남편도 1년 반 전 눈 부위에 근무력증 진단을 받아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A씨는 "장애가 없는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에 속았다"며 "믿고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같은 농아인들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게 더 큰 충격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철저히 조사해 행복팀이 꼭 처벌 받고, 뺏긴 돈을 모두 되돌려받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행복팀의 마수에 걸려 피해를 본 농아인들은 A씨 부부 외에도 경찰이 파악한 것만 500여명에 이른다.

피해 농아인들은 20∼80대에서 무직, 회사원 등에 이르기까지 연령대와 직업이 다양하다.

대부분이 무직이지만 공단지역에 장애인 의무 고용 정책 덕에 채용돼 일하는 사람도 일부 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행복팀이 없었다면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비교적 안정적 생활을 꾸릴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피해자 다수가 본인이 가진 돈이 아니라 집·차량·휴대전화 담보 등을 활용해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투자해 현재까지도 매달 대출금 상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자는 2금융권 4곳에서 돈을 빌린 탓에 대출 상환일이 매달 네 차례 꼬박 돌아오는 등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여성 피해자는 "사기 피해로 부부 싸움이 이어지는 등 가정도 파탄나게 됐다"며 "눈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고 호소했다.

피해 농아인들이 행복팀에게 뺏긴 돈은 200만∼300만원에서 많게는 5억∼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김대규 창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피해자 조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농아인들 중에는 집을 잃고 월세로 사는 등 딱한 처지로 전락한 사람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k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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