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공유서비스 이어 두 번째 신사업 실패…핀테크도 텐센트·알리바바 주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 인터넷 검색 서비스 선두주자인 IT 기업 바이두(百度)가 최근 야심 차게 추진했던 의료사업 담당 부서인 의료사업부를 폐지했다고 중국 언론이 9일 보도했다.
바이두는 리옌홍(李彦宏) 바이두 회장이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념 연설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뒤 이틀 만인 지난 8일 의료사업부를 폐지했다.
바이두의 내부 관계자는 "의료사업부가 폐지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며 "폐지된 의료사업부 업무는 앞으로 바이두 신흥업무사업그룹(EBG)에 귀속된다"고 중국 펑파이(澎湃)에 전했다.
바이두는 지난해 차량공유서비스에서 합작 파트너인 우버를 알리바바의 디디추싱(滴滴出行)에 합병시키는 방식으로 철수한 데 이어 연달아 신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바이두의 잇따른 실패에 IT업계에서는 BAT(바이두·알리바바·텅쉰<騰迅·텐센트>)로 불리는 중국 IT업계 삼강구도가 무너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바이두 의료사업부 폐지의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4월 발생한 의료사고인 '웨이쩌시((魏則西) 사건'이다.
당시 희소 암을 앓던 20대 대학생 웨이쩌시는 바이두 검색 광고를 믿고 찾아간 병원에서 잘못된 진단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바이두의 의약보건품 광고를 중단하고, 의료 검색 광고를 전체 30% 이하로 줄이도록 했다. 상무부 역시 의료 검색 광고를 온라인 광고로 분류하고 매출의 3%를 부가세로 부과하도록 했다.
이는 곧바로 바이두 실적 감소로 이어졌고, 지난해 시가총액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기준 중국 IT업계 시가총액은 텐센트가 1조6천81억 위안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고, 3위인 알리바바가 1조5천15억 위안으로 근소한 차이로 뒤쫓고 있다. 반면, 바이두는 4천14억 위안으로 동기대비 두 계단 밀려나며 두 기업과의 차이가 벌어졌다.
바이두는 검색 시장에서 여전히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신사업인 O2O(온라인 to 오프라인) 사업에서 경쟁력 약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3강 구도의 한 축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차량공유서비스에서는 철수한 상태이고, 음식 배달 서비스인 마이두 와이마이(外賣)에서도 텐센트가 대주주로 있는 메이퇀(美團)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의 합병설까지 나돌며 음식 배달 서비스에서도 바이두가 철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신산업은 핀테크 역시 텐센트의 웨이신(微信·위챗)과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가 전체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어 바이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상태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 회사의 미래를 걸었던 바이두가 AI를 활용하는 주요 부서인 의료사업부를 폐지하면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 IT업계 한 전문가는 "바이두 의료사업부는 AI를 활용해 의사 진료를 돕는 '멜로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고, 환자를 대신해 진료 예약을 진행하는 사업 등을 해왔다"며 "아직 의료 서비스 전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일정 정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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