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1인당 100만원 청구…재산 피해 확인되면 늘어날 것"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의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예술인 461명이 9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블랙리스트로 인해 예술가들의 인격권, 사생활 비밀자유권은 물론 양심·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의 피고는 정부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이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국가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원고 461명은 피해 입증을 위해 3개 그룹으로 구분됐다. 1군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자기검열을 한 320여명, 2군은 기존에 받던 정부의 사업 또는 자금지원에서 탈락한 100여명, 3군은 실질적인 피해에 대한 구체적 개연성이 있는 40여명이다.
오상화 서울프리지네트워크 대표는 "공연예술행사 지원사업 분야로 정부 지원금을 받아왔는데 2014년 행사에서 세월호를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를 사용한 이후 2015년 예산지원이 배제됐다"며 "예술가 이전에 국민으로서도 좌절감을 느낀다"고 피해 사실을 밝혔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역시 "정권 초기에는 문화정책에 대한 자문을 자주 맡았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6월부터는 이상하게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변은 이런 예술인들의 피해 이외에도 블랙리스트 존재 자체의 위법성을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소송 대리인단 김준현 변호사는 "현재 특검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김 전 비서실장 등을 기소했지만, 블랙리스트 작성 자체도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범죄에 해당한다"며 "공공기관이 민감정보를 수집하는 범죄도 처벌해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손해배상 청구액을 원고 1인당 100만원으로 정했다. 소송에 참가하는 당사자와 배상 청구액은 향후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민변 설명이다.
대리인단 소속 전민경 변호사는 "이유도 모른 채 예술창작 활동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그 손해가 산정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며 "우선 100만원을 일부 청구하고 다음에 재산적 피해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이번 손배소송과는 별개로 김 전 실장 등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에서 개인 성명이나 직업 외에 정치적 견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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