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 보이콧 도입 의사 밝혀…中 반발시 '역효과' 우려도
한미 외교장관회담 및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서 구체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이른바 '대북 접근법' 구상의 단면이 공개되면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해 어떤 구체적 수단과 해법을 동원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내정자 신분 당시 미 상원의 인준안 처리에 앞서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메릴랜드) 상원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 자료에서 "인접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다수 위협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기관의 동료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도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는 한편,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서부터 외교 문호 개방까지 테이블 위에 모든 옵션을 올려둘 것"이라면서 군사적 조치까지 거론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7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공동의 접근 방안을 발전시켜 나가자"고 언급한 것도 북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 국무, 국방장관 등 각료들의 잇따른 대북 강경 입장에 비춰볼 때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는 기존의 제재·압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틸러슨 장관이 언급한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실제 꺼낼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이나 기업, 은행 등을 제재하는 개념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해법을 위한 중국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압박해왔다는 점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을 움직일 카드로 평가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바마 정부 당시 중국 훙샹그룹에 대한 제재로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정식으로 발동해 중국 기업 몇 개를 손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물자 거래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난 중국 기업 단둥훙샹실업발전에 대해 중국 당국이 처벌하도록 한 뒤 후속으로 제재 리스트에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세컨더리 보이콧 발동 등 중국에 대한 압박 강화가 미중관계 악화로 이어져 중국이 오히려 북한 끌어안기로 돌아서면 북핵 해결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틸러슨 장관의 '군사적 위협' 언급도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과 관련해서 주목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장관 내정자 당시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대북 선제타격 옵션에 대해 "어떤 것도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미국 육군협회(AUSA)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개최한 미사일방어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대북 선제타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인구밀집 상황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이 하나라도 현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는다면 엄청난 타격을 미칠 것이라면서 미군은 "반드시 (북한의 미사일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 역량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항공 미사일 방어체계에 통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이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 대북 선제타격 카드를 뽑아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까지는 우세하다. 대북 선제타격은 전면전의 위험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꺼내기 어려운 옵션이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는 군사적 옵션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선제타격론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 '장거리 타격 능력'을 과시할 경우 트럼프 신행정부가 군사적 옵션을 꺼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군사적 위협'이라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언급이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 강화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는 최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의 실행력 강화를 위해 양측이 실질적이고 구체적 방안들을 지속 협의해 나기로 했으며, 오는 3월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KR) 연습에 가공할 미국 전략무기 투입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속내는 이달 16일부터 독일에서 잇따라 열리는 국제회의 계기의 첫 한미 외교장관회담이나 이보다 앞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워싱턴D.C에서의 한미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등을 통해서 보다 구체적인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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