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무관심으로 성장 더딘 VR…체험공간에 손님 '뚝'

입력 2017-02-10 07:00  

소비자 무관심으로 성장 더딘 VR…체험공간에 손님 '뚝'

비싼 고성능 전용기 보급 난항…시장전망도 갈수록 축소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한때 게임업계와 콘텐츠업계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기대되던 가상현실(VR) 사업이 소비자들의 무관심으로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외국에 마련된 체험공간은 손님이 별로 들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중저가형을 중심으로 VR 헤드셋 보급은 많이 이뤄졌으나, 소비자들이 이를 몇 차례 시험해 본 후 흥미를 잃어 지속적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등 시장 호응이 더디다. 기술적 한계와 콘텐츠 부족 탓이다.




◇ 손님 못 끄는 체험공간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은 2014년 VR 기술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그 후로도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인수 비용은 20억달러(약 2조3천억원)로 당초 발표됐으나, 임직원을 붙들어 두기 위한 보너스와 인센티브 등을 더하면 실제로 든 비용은 30억달러(약 3조4천억원)에 달했다는 사실이 최근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오큘러스는 작년 3월에 VR 헤드셋 '리프트 VR'의 소비자용 정식 제품을 내놓은 후 미국 최대 전자제품 매장 체인 베스트바이와 계약을 맺고 500여곳에 리프트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오큘러스는 최근 이 중 약 40%인 200곳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명목상 이유는 '계절 변화'에 따른 조정이지만, 이용이 저조한 체험공간이 꽤 많아 정리키로 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뉴욕에 사무실을 둔 게임 분야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VR방 3천여곳 중 수익을 내는 곳은 약 30%에 불과하다. 이 업체는 "심지어 베이징 중심가의 VR방도 손님이 거의 없다. 독창적이고 매력 있는 VR 콘텐츠가 부족한 탓에 VR방을 처음 접해본 소비자들이 재방문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VR방은 소비자가 시간당 요금을 내고 VR 기기를 체험하는 업소다. 전용 기기 가격이 비싼 VR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춰 초기 수요를 자극할 매개체로 주목을 받았으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VR방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있으나, PC방을 기준으로 삼은 인허가 규제 문제에 부딪혀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저가 기기 위주 보급

시장에 나온 VR 기기는 고성능 전용기기(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HTC 바이브 등)와 중저가 기기(삼성 기어 VR, 구글 데이드림 VR, 중국산 '폭풍마경' 등)로 크게 나뉜다. 이 중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끼워 쓰는 중저가 기기가 차지하고 있다.

슈퍼데이터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 공급된 VR 기기는 630만대였으며 이 중 451만대(71.6%)가 삼성 기어 VR이었다. 삼성전자와 오큘러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기어 VR의 미국 가격은 99달러, 한국 가격은 13만원이다. 작년 3월 삼성전자는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를 예약 구매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기어 VR을 무료로 제공했다.

일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끼워 쓰는 구글의 데이드림 VR은 26만대(4.1%)로 대수 기준 시장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한 VR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대리체험인 VR 콘텐츠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은 돈을 쓸 형편이 못 되므로 저가형 기기가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전용 기기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PS VR)이 75만대(12.5%)로 2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HTC 바이브가 42만대(6.7%)로 3위, 오큘러스 리프트가 24만대(3.8%)로 5위였다. 이 3종을 모두 합해도 142만대(22.5%)에 불과하다.

HTC 바이브와 오큘러스 리프트는 고성능 PC가 있어야 쓸 수 있으므로 전체 구입 비용은 200만원 가까이 든다. 전용 기기 중 비교적 가격이 낮은 소니 PS VR도 풀 패키지와 PS 4 본체를 합하면 100만원에 육박한다.

전용 VR 헤드셋의 성능은 스마트폰을 끼워 쓰는 중저가형보다는 훨씬 좋지만, 해상도 부족이나 어지러움 등은 여전하다. 또 충전과 데이터 전송을 위해 전선을 연결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 악재 잇따르는 오큘러스

VR 분야 선두 기업인 오큘러스가 최근 잇따라 악재를 만난 점도 VR 시장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달 초 미국 댈러스 소재 텍사스북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비디오 게임 개발사인 제니맥스가 기술 도용 등을 이유로 페이스북과 그 계열사인 오큘러스, 이 회사의 임직원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1심에서 "오큘러스가 3억달러(약 3천400억원), 팔머 러키 최고경영자(CEO)는 5천만달러(약 570억원), 브렌던 아이리비 전 CEO는 1억5천만달러(약 1천700억원)를 각각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매우 높은 기기 가격을 지불했는데도 콘텐츠가 부족한 데 대한 오큘러스 리프트 보유자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큰 연례 스포츠 행사인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LI'을 중계한 폭스 스포츠는 관련 통계치 등과 함께 실시간 경기 하일라이트와 인터뷰 등을 VR로 볼 수 있는 '폭스 스포츠 VR' 앱을 만들었으나, 오큘러스 리프트용 앱은 내지 않았다.






◇ VR 시장 전망 축소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2015년 4월 보고서에서 VR과 증강현실(AR)을 합한 시장 규모가 2020년에 1천500억달러(약 172조 원)에 이를 것이며 VR이 300억달러(약 34조원), AR은 1천200억달러(약 137조원)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디지캐피털은 지난달 낸 새 보고서에서 2021년까지 VR·AR 시장 매출 규모 전망을 1천80억달러(약 124조원)로 대폭 낮춰 잡았다. 이 중 VR은 250억달러(약 29조원), AR은 830억달러(약 95조원)다.

이 업체는 작년 초 내놓은 보고서에서 당해연도 전체 VR 매출을 38억달러(약 4조3천억원), AR 매출을 6억달러(약 7천억원)로 전망했으나, 사후 추산치는 VR 28억달러(약 3조2천억원), AR 12억달러(약 1조4천억원)였다. AR 시장은 나이앤틱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에 힘입어 전망보다 강세였으나, VR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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