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들 7년간 수백억 뜯겼는데…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입력 2017-02-09 15:54   수정 2017-02-10 10:45

락토핏 당케어 광고 이미지
난각막NEM 광고 이미지
농아인들 7년간 수백억 뜯겼는데…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전국 피해자 500여명 경찰·정부기관 전전…'단순 채무관계' 판단한 듯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찰이 적발한 농아인 투자 사기단 '행복팀'은 전국에 있는 농아인 500여명으로부터 확인된 금액만 280억원을 뜯어냈다.

피해 농아인들은 돈을 투자하면 3개월내에 투자금의 3~5배까지 돈을 불려 돌려주겠다는 '행복팀'의 감언이설에 속아 여기저기 대출까지 받아 돈을 투자했지만 이자는 커녕, 원금조차 사실상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팀의 사기는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무려 7년간 계속됐다.

범죄가 드러나지 않고 오래 지속된데는 일단 피해자들이 의사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농아인이란 이유가 컸다.

농아인들은 청각장애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말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수화를 모르는 일반인들과는 대화가 힘들어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에 제대로 피해사실을 전달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13일 지인이 '행복팀'에 속아 돈을 뜯긴 농아인 1명이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를 찾았다.

농아인을 만난 수사과 경찰관은 수화를 할 줄 몰랐다.

그러나 해당 경찰관은 A4용지 20여장에 필담을 해가면서 4시간동안 이야기를 들어줬다.

이 농아인은 그동안 경찰이나 금융관련 정부기관 여러곳을 전전하며 피해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농아인들끼리의 단순 채권채무 문제로 판단하는 등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그냥 돌려보내거나 형식적으로 수사를 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농아인이 농아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지는 않을 것이란 심리가 피해자들에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다 행복팀 간부들은 "투자한 돈으로 공장을 사서 우리같은 농아인들이 사장을 하고 일반인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겠다", "집, 외제차를 사주겠다" 등 생활이 어려운 농아인들에게 끊임없이 앞으로 부자가 될 것이란 환상을 심어줬다.

일반인들에 비해 금융지식이 부족한 농아인들은 이런 사탕발림에 속아 별다른 의심없이 집이나 보험금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을 받아 돈을 갖다 바쳤다.

경찰은 또 행복팀이 자신들 범죄행위가 노출되는 것을 조직적으로 철저히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 진술과 경찰이 확보한 증거를 보면 대표나 팀장급을 포함한 '행복팀' 간부들은 주말모임 등을 만들어 피해 농아인들이 참석하게 하는 등 빈틈없는 조직관리를 했다.

행복팀 간부들은 '대표, 팀장을 보면 90도로 인사한다', '거짓말하면 안된다' '스파이짓 하면 안된다' '대표들과 조직에 대하여 이름을 말하고 배신하면 안된다' '이를 거역하면 끝까지 찾아내 죽일 것이다' '3대까지 거지가 되게 만든다' 등 행동강령까지 만들어 피해 농아인들을 옭아맸다.






김대규 창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피해 농아인들이 수년간 세뇌를 받은 탓인지 행복팀 간부들이 구속돼도 믿지 않을 정도로 무조건적 신뢰를 보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행복팀 간부들이 피해자들을 이처럼 조직적, 체계적으로 관리한 점을 근거로 피의자들에게 사기,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외에 폭력조직 등에 씌우는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seam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