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부시·오바마 남긴 보건·경제·민주화 지원책 존폐기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역대 미국 정부가 아프리카에 제공했던 경제, 보건 지원 프로그램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
빌 클린턴, 조지 W.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미국 역대 민주, 공화당 행정부는 정파를 초월해 아프리카의 보건과 경제, 민주화 발전을 위해 여러 지원책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달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지원 프로그램을 재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와 정치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위태로운 정책으로 꼽히는 것은 법치·인권 향상에 진전이 있는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관세 혜택 등을 담은 '아프리카 성장과 기회법'(AGOA)과 에이즈 구호 프로그램인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 비상계획(PEPFAR)', 전기 공급 지원을 위한 70억 달러(약 8조원) 규모의 '파워 아프리카' 기금이다.
차례로 클린턴, 부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이 세 정책은 미국의 아프리카 정책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 시절 아프리카 담당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체스터 크로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GOA의 경우 미국에 분명한 반대급부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PEPFAR 역시 수십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 돈을 미국인들을 위해 쓰는 방향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파워 아프리카' 기금의 경우 2013년 해당 정책이 발표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의 결정에 따라 아프리카로 가는 70억 달러는 모두 도둑맞을 것이다. 부패가 만연하다"고 맹비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정책이 미국 토목·전력 회사들의 현지 사업 계약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설득되지 않는 한 이 역시 위태로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전임 미국 대통령들도 취임 전에는 아프리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이 미국에도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리라는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아프리카 담당 국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위트니 슈나이더만은 "핵심은 아프리카가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다"라면서 아프리카와의 무역으로 창출되는 미국 일자리가 12만 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리카 지원 문제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더라도 세 개 행정부를 거치면서 법률로 정해진 구조는 쉽게 해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리카 국가에서 미국의 도덕적 권위를 약화해 현지 민주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 불법 투표 주장 등으로 민주적 절차에 의문을 표시하고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같은 권위주의적인 지도자에게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미국의 국정운영 방식이나 인권 문제를 이전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