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도가 올해 첫 번째 시·군 지자체 공무원의 '도 전입시험 시행계획'을 하달하자 직원을 도에 뺏기지 않으려는 도내 31개 시·군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는 지난 6일 도와 시·군간 교류협력 활성화 차원에서 시·군에서 행정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재를 도에 영입하겠다면서 '2017 道 전입시험 시행계획' 문서를 내려보냈다.
모집 직렬은 행정 30명, 전산 5명, 환경 4명, 보건·세무 각 3명, 녹지·농업 각 2명, 도시계획·지적 각 1명 등 총 51명이다.
9급 신규 공무원은 뽑지 않고 8급 45명과 7급 6명을 선발한다.
오는 15일 오후 6시까지 원서접수를 마감하고 다음달 3일께 필기시험과 18일께 면접시험을 거쳐 3월 말 합격자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응시원서 접수와 교부는 각 시·군 인사담당 부서가 맡도록 했다.
이 문서를 받은 시·군은 "올해도 올 것이 왔다"면서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어떤 곳은 도 전입시험 공고 계획을 하달받고도 이틀이 지나도록 시·군 내부 전산망에 올리지 않고 있으며, 어떤 시군은 "도에 한 명도 못 보낸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원천봉쇄에 나섰다.
경기 남부의 A시와 B시는 인력난을 이유로 이번 도 전입시험에 한 명의 공무원도 보내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세웠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도로 공무원이 빠져나가면 행정 운용상 어려움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C시는 도가 요구한 8개 직렬 가운데 행정과 전산직만 응모할 수 있도록 내부방침을 정했다. 이곳도 아직 공무원들에게 도 전입시험계획을 알리지 않고 있다.
이 시의 관계자는 "출산휴가와 휴직 등으로 300명이 넘는 결원이 생긴 상황에서 8개 직렬 모두 응모를 허용하면 사실상 시를 운영할 수가 없다"면서 "다른 시·군도 인력사정이 다 비슷해 도로 진입 가려는 공무원을 막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시는 몇 년 전 시설직 공무원의 도 전입을 허용했다가 한꺼번에 5명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빠진 자리를 다른 공무원이 메우다 보니 감당할 수 없을 정도까지 업무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해 새로운 공무원을 선발할 때까지 수개월 동안 남아있는 공무원은 엄청난 고생을 참아 낼 수밖에 없었다.
A시의 인사담당 공무원은 "경기도가 시·군에서 뽑아서 1년이나 2년가량 교육을 해 이제는 일 좀 시킬만한 8급 공무원을 주로 뽑아가고 있다"면서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인데도, 상급기관인 도에 뭐라고 말도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해마다 도의 시군 공무원 빼가기가 반복되면서 시·군은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시군과 달리 경기도에 진출하려는 공무원들은 오히려 '큰 물'로의 전입을 막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자기 계발과 유리한 승진조건, 경기도를 발판으로 중앙 기관으로 진출하려는 꿈을 가진 시·군 젊은 공무원들의 앞길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1년 넘게 경기도 전입만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C시의 한 공무원은 "여기 사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방침을 정해 시험응시조차 못 하게 막는 것은 너무 심한 억압이자 불평등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도 전입시험 응시 불가방침을 세운 A시의 경우 한 공무원의 부모가 "왜 응시조차 못 하게 하느냐"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도가 공채시험을 통해 인력을 선발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도 전입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도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시·군 공무원도 무척 많아 그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시군의 불만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으며, 그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3년여 전부터 8급 외에 7급 공무원도 전입을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8급 공무원의 시·군 유출 숫자도 줄이고,7급이 빠진 자리로의 승진기회도 더 많이 생기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일 년에 상·하반기 2차례 도전입시험을 통해 100명가량의 시·군 공무원을 선발하고 있으며, 도 전입시험에는 보통 모집정원보다 2∼3배 많은 시·군 공무원이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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