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서 정의당에도 뒤져…국민의당 등 他정치세력에 손 내밀기
유승민 '후보단일화', 남경필 '대연정', 김무성 '연대' 카드 제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바른정당이 창당한 지 보름여 만에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깨끗한 보수'와 '따뜻한 보수'를 주창하며 기세 좋게 창당했지만 기대와 달리 좀처럼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리얼미터가 6∼8일 성인 남녀 1천5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2.5%p)에서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5.8%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지지율 2위(17.3%)를 기록한 지난해 12월 4주차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3분의 1로 폭락한 수치다.
비교섭단체 정당인 정의당 지지율(6.8%)에도 미치지 못한 것을 두고 당 일각에서 원내 4당(黨)으로서의 체면을 구겼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이 창당한 것은 지난달 24일. 친정인 새누리당을 '가짜 보수'라고 규정하면서 '보수의 적통'을 자임하고 나선 가운데 합리적 보수 기조를 내건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대권 도전에 나서며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좀처럼 흥행에 불이 붙지 않고 있고 두 사람의 지지율도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권주자 지지율과 당 지지율 모두 '자력 반등'이 쉽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 확산하면서 당내 유력 인사도 다른 정치 세력과의 연대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단일화'를 주장하고 나섰고, 김무성 의원은 '연대'를, 남경필 지사는 '대연정'을 제안했다.
저마다 '브랜드'는 다르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해 타 세력과 손을 잡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물론, 세부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유승민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 범보수 후보 단일화는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후보는 물론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모두 바른정당과의 당대 당 통합은 있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김무성 의원 역시 "선거는 연대의 승리가 이미 증명되고 있다"며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연대를 주장하나, 새누리당보다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그는 "이번 대선은 보수 색깔만 가지고는 이기기 어렵다"며 사실상 국민의당과의 연대 의사를 시사했다.
반면, 새누리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서청원ㆍ최경환 의원 등 주요 친박계 의원 8명의 탈당이 이루어진 후에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경필 지사는 보수ㆍ진보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정치 지향이 같은 세력이라면 연정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승민ㆍ김무성 의원보다 유연한 태도지만 새누리당과의 연정이나 후보 단일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새누리당과 손을 잡으면 새누리당을 뛰쳐나와 바른정당을 만든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브랜드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단일화'ㆍ'연대'ㆍ'연정' 모두 국민의당과 손잡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도출된다.
국민의당 역시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고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를 배격한다는 점에서 바른정당과 접점이 적지 않아 양당이 정권 획득을 위해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성공할 경우 바른정당은 보수 결집의 중심지라는 기존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이념적으로는 중도 세력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더해 지역적으로는 수도권과 호남권, 영남권을 잇는 거대 정치결사체가 탄생하는 셈이어서 대권 도전을 노릴 만한 세력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연대가 이뤄질 경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시도한 '제3지대 빅텐트'가 현실화하게 되는 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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