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난항에 채권단에 융자연장요청…지방은행들 '난색'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도시바(東芝)가 분사하는 반도체 신설회사의 주식을 분할 매각할 방침이어서 투자유치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분사할 반도체 신설사의 지분 매각 입찰을 진행 중인 도시바는 매각 대상 지분인 19.9%를 한 곳이 아니라 복수의 회사에 나눠 팔기로 했다.
분할 매각 방침은 매물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에도 매각 물량이 20% 미만에 그치면서 한계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쪼개 판다면 경영에 관여할 여지가 더욱 줄어들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반도체메모리를 분사한 뒤에도 그룹 핵심사업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복수회사의 출자를 받아 외부 영향력을 억제하겠다는 노림수"라고 해석했다.
분할 매각에 대해 출자를 검토하는 기업 사이에선 "매력이 줄었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지분 매각이 진통을 겪을 가능성을 예고했다. 입찰에는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웨스턴디지털(WD), 한국 SK하이닉스,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투자펀드 베인캐피탈 등 5곳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도시바는 입찰에 뛰어든 동종업체에는 지분 매각이 쉽지 않다는 사정을 흘리고 있다. 도시바측은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 WD에 대해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실성은 낮은 상태"라고 니혼게이자이에 밝혔다.
이럴 경우 작년에 일본 샤프를 인수한 대만 폭스콘과 투자펀드인 베인캐피탈 등으로 인수 후보가 압축된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 분사와 매각은 도시바가 미국 원자력사업에서 7천억엔(약 7조750억원)의 손실로 다음달 말 결산에서 채무초과(자본잠식)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신속하게 지분을 팔아 자본을 확충해야 하지만 출자교섭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봤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 중에 좋은 조건을 제시한 후보도 거의 없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도시바의 자금난은 심화할 조짐이다. 자본 확충이 난항을 겪고 신용평가회사들이 작년 말부터 도시바의 등급을 강등해 신용력이 떨어져서다. 신용력 하락에 따라 은행이 설정한 융자조건에 저촉돼 채무 일괄변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생겼다.
도시바는 거래 은행단이 2월 말까지 연기해준 협조융자 기한을 최대 2개월 추가 연장해 줄 것을 2016년 4~12월 연결결산 발표 다음날에 은행들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신탁 등 주거래은행 3곳은 응할 자세이지만, 일부 지방은행 등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시바는 9일 반도체메모리의 주력거점인 미에현 욧카이치공장에서 제6제조동 건설에 들어갔다. 이는 대용량 3차원메모리 전용 공장으로 2018년 여름부터 순차 가동한다. 도시바는 2016~18년도에 메모리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로 8천600억엔을 투자한다. 분사 뒤에도 투자계획 축소는 없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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