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끌려가 지옥 생활…위안부 기억에 평생 짓눌려"

입력 2017-02-10 11:15  

"일제에 끌려가 지옥 생활…위안부 기억에 평생 짓눌려"

서울시·서울대인권센터 22일 시청서 '위안부' 피해사례 강연회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스물여섯 살 박영심씨는 1938년 3월 일본 순사의 손에 강제로 평양을거쳐 중국 남경으로 끌려갔다. 일제가 조선 여성을 위안부로 데려간 악명높은 '처녀공출'이었다.

박씨는 일본군 병영에서 500m가량 떨어진 긴스이루 위안소에 20명의 조선인 여성과 머물렀다. 그가 전한 위안소의 실상은 참혹했다.

박씨는 생전 "일본군은 하루에 30명 정도 왔다"며 "저항을 하면 다락방으로 끌려가 발가벗겨진 채 매를 맞아야 했다. 일본병(兵)을 상대하는 하루하루는 인간의 생활이 아니었다. 하루라도 빨리 도망가고 싶었지만, 감시는 엄혹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3년 넘게 지내다 미얀마 랑군, 라시오 위안소를 거쳐 최전방 송산으로 끌려가 매일 30∼40명의 군인을 상대했다.

박씨는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진 놈들이 술 먹고 달려들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위안부 중 4명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병 걸려 죽고 폭격에 맞아 죽었다"고 회고했다.

1944년 9월 중국군의 공격으로 일본군 수비대가 전멸하면서, 만삭이던 박씨는 포로수용소로 갔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2월 고향 땅인 북한으로 돌아온 그는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 노력하다가 2006년 8월 평양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박씨는 일본군의 만행으로 평생 고통에 시달렸다.

2000년 12월 여성국제법정에 참가하려 일본 도쿄를 찾았다가 숙소 방에 걸린 목욕 가운을 보고, 일본군 위안소에서 입은 기모노가 떠올라 먹지도 말하지도 못할 정도였다.

2003년 11월에는 중국 난징과 송산 위안소 현장을 방문해 "괴로워서 가슴이 짓눌리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서울대 인권센터와 함께 22일 오후 2시 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문서와 사진, 증언으로 보는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사례집 발간 기념 강연회를 연다.

작년 말 발간된 이 사례집은 박씨처럼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은 피해자 10명의 생생한 증언과 역사적 자료를 담았다.

피해자 증언과 함께 작년 7∼8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과 태국 발굴 조사에서 발굴한 미·중 연합군 공문서, 포로심문자료, 스틸 사진, 지도 등을 자료로 실었다.


사례집 발간에 참여한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와 박정애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연구원이 강사로 나서 역사적 사실을 알린다.

강연회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작품 전시와 할머니에게 남기는 글 작성 등 행사도 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21일까지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yeyak.seoul.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신청한 시민에게는 사례집을 제공한다.

시는 올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과 남산 옛 통감관저 터에 만든 '기억의 터'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피해자를 추모할 계획이다.

염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관심았지만 정작 역사적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례집과 강연회를 통해 많은 사람이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고 잊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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