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 밸런타인데이에 '화합의 대화' 개시
'화해위원회' 구성키로…일부 정당 중립성 주문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연인이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밸런타인데이에 군부 통치하의 태국에서는 극심한 정치적·사회적 분열을 봉합하기 위한 화해의 대화가 시작된다.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부가 총선을 비롯한 민정 이양 절차를 앞두고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화합의 대화'를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정당은 군부 주도의 강압적 분위기에서 이뤄지는 이번 대화의 성공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국방부 대변인인 콩칩 탄트라바니치 중장은 "우리는 사랑의 날인 오는 14일에 화해의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며 "총선을 전후로 대국민 화합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군부는 서열 2위인 쁘라윗 왕수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군인들과 정치학자 등이 참여하는 '화해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정당에 대화 참여를 제안했다.
위원회는 이후 석 달간 태국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70여개 정당과 개별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오랜 정치적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을 이룰 방안을 청취한다.
군부는 취합한 화해 방안을 '사회적 합의' 또는 '단결을 위한 합의'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콩칩 대변인은 설명했다.
쁘라윗 부총리는 "각 정당은 협정에 서명할 필요는 없지만, 국가적인 화해와 사회적인 조화를 복원하기 위한 방향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며 "만약 합의를 거부한다면 국민이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부의 대화 제안에 대한 주요 정당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태국에서 2번째로 규모가 큰 민주당은 이번 대화를 통해 국가적인 화합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잉락 친나왓 전 총리의 푸어타이당은 부정적이다. 군인과 친군부 인사가 주도하는 화해위원회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 분석가들도 군부 주도의 국민적 화해 방안이 마련되려면 위원회의 중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치분석기관인 시암 인텔리전트 유닛의 깐 위엔용 대표는 "국가적 화해 달성 노력은 군부가 주도하는 게 낫긴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저항을 줄이려면 위원회가 더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쁘라윳 찬-오차 총리가 주도하는 태국 군부는 지난 2014년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 셔츠'와 왕실, 관료 등 기득권층의 '옐로 셔츠' 세력이 대립하면서 생긴 극심한 정치대립과 유혈충돌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쿠데타를 감행했다.
군부는 정치집회를 금지하고 국민의 기본권도 제한했다. 그 덕분에 지난 2년간 태국에서는 극심한 정치혼란이 수면 아래로 내려갔고, 태국 국민은 표면적으로는 안정된 일상을 누렸다.
군부는 또 2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8월 국민투표에서 60%가 넘는 지지율로 개헌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후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라마 9세) 서거와 왕위를 물려받은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라마 10세)의 개헌안 수정 요구로 올해 연말로 예정됐던 총선은 내년으로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화해위원회' 구성키로…일부 정당 중립성 주문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연인이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밸런타인데이에 군부 통치하의 태국에서는 극심한 정치적·사회적 분열을 봉합하기 위한 화해의 대화가 시작된다.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부가 총선을 비롯한 민정 이양 절차를 앞두고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화합의 대화'를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정당은 군부 주도의 강압적 분위기에서 이뤄지는 이번 대화의 성공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국방부 대변인인 콩칩 탄트라바니치 중장은 "우리는 사랑의 날인 오는 14일에 화해의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며 "총선을 전후로 대국민 화합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군부는 서열 2위인 쁘라윗 왕수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군인들과 정치학자 등이 참여하는 '화해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정당에 대화 참여를 제안했다.
위원회는 이후 석 달간 태국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70여개 정당과 개별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오랜 정치적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을 이룰 방안을 청취한다.
군부는 취합한 화해 방안을 '사회적 합의' 또는 '단결을 위한 합의'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콩칩 대변인은 설명했다.
쁘라윗 부총리는 "각 정당은 협정에 서명할 필요는 없지만, 국가적인 화해와 사회적인 조화를 복원하기 위한 방향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며 "만약 합의를 거부한다면 국민이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부의 대화 제안에 대한 주요 정당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태국에서 2번째로 규모가 큰 민주당은 이번 대화를 통해 국가적인 화합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잉락 친나왓 전 총리의 푸어타이당은 부정적이다. 군인과 친군부 인사가 주도하는 화해위원회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 분석가들도 군부 주도의 국민적 화해 방안이 마련되려면 위원회의 중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치분석기관인 시암 인텔리전트 유닛의 깐 위엔용 대표는 "국가적 화해 달성 노력은 군부가 주도하는 게 낫긴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저항을 줄이려면 위원회가 더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쁘라윳 찬-오차 총리가 주도하는 태국 군부는 지난 2014년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 셔츠'와 왕실, 관료 등 기득권층의 '옐로 셔츠' 세력이 대립하면서 생긴 극심한 정치대립과 유혈충돌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쿠데타를 감행했다.
군부는 정치집회를 금지하고 국민의 기본권도 제한했다. 그 덕분에 지난 2년간 태국에서는 극심한 정치혼란이 수면 아래로 내려갔고, 태국 국민은 표면적으로는 안정된 일상을 누렸다.
군부는 또 2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8월 국민투표에서 60%가 넘는 지지율로 개헌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후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라마 9세) 서거와 왕위를 물려받은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라마 10세)의 개헌안 수정 요구로 올해 연말로 예정됐던 총선은 내년으로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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