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입산 통제, 크루즈 입항 못해 10시간째 대기…눈길 교통사고·낙상 잇따라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전지혜 기자 = 제주 산지에 폭설이 내려 한라산 입산이 통제되고, 중산간은 물론 시내 도로에도 눈이 쌓이며 노면이 얼어붙어 교통사고와 고립, 낙상사고가 잇따랐다.
제주와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뱃길이 모두 끊겼고 항공기 운항도 차질을 빚고 있다.
10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 산지에는 대설경보, 북부·동부·추자도에는 대설주의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산간에는 9일부터 대설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한라산에는 오후 3시 현재 윗세오름 62㎝, 진달래밭 46㎝, 어리목 25㎝ 등의 눈이 쌓였다.
산간 외 지역도 아라 6㎝, 제주 2.5㎝, 성산 2.5㎝, 서귀포 1.5㎝ 등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대설경보 발효로 이틀째 한라산 입산이 전면 통제됐다.
한라산 횡단도로인 1100도로는 소형 차량의 운행이 통제됐고, 대형 차량도 체인을 감아야 운행할 수 있다.
516도로, 비자림로, 제1산록도로, 명림로는 소형 차량의 경우 체인을 감고 운행해야 한다.
중산간은 물론 시내 도로까지 눈이 쌓이며 노면이 얼어붙어 크고 작은 교통사고와 고립, 낙상사고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9시 58분께 제주시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 인근 도로에서 권모(60)씨가 몰던 승용차가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내리는 폭설과 빙판길에 고립됐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119구조대는 산악 구조차량으로 눈길을 뚫고 4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 이들을 구조해 제주시내로 옮겼다.
오전 10시 13분께 서귀포시 호근동 산록도로를 운행하던 승용차도 빙판길에서 더 이상 운행하지 못하고 고립됐다가 119구조대에 무사히 구조되기도 했다.
오전 8시 19분께 제주시 오라동 제주아트센터 앞 도로에서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로 운전자 채모(32·여)씨가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오전 8시 34분께 제주시 연동에서는 고모(68·여)씨가 눈길에 넘어져 다치는 등 빙판길에 미끄러진 보행자 8명도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도 차질을 빚었다.
강풍경보와 윈드시어 경보가 내려진 제주공항에서는 다른 공항의 날씨 문제 등으로 오후 5시 현재까지 항공편 10편(출발 5·도착 5)이 결항했고, 143편(출발 92·도착 51)은 지연 운항했다.
해상에는 풍랑경보(남부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7개 항로 10척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서귀포시 모슬포와 산이수동에서 가파도·마라도로 가는 소형 여객선 4척과 성산포에서 우도로 가는 도항선도 모두 통제됐다.
이날 오전 8시 입항 예정인 국제크루즈 코스타 포츄나호(10만2천669t)는 기상 악화로 아직도 제주항에 입항하지 못해 제주항 외항에서 10시간째 대기하고 있다.
기상 악화에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원희룡 제주지사 주재로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유관기관·부서에 제설 작업, 취약계층 난방 점검, 시설물 안전관리, 재해위험지구 예찰, 수도계량기 동파 예방, 항공기 결항·지연 대비 등 맡은 임무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재난 문자메시지를 통해 "낮 동안 내린 눈이 녹았다가 밤이 되면서 다시 얼어붙어 도로에 미끄러운 구간이 많겠으니 안전운전에 유의하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제주에 앞으로 11일 오전까지 눈이 내린 뒤 개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적설량은 제주 산간 10∼30㎝, 중산간 5∼10㎝, 산간 외 지역 1∼5㎝다.
기상청은 "기온이 큰 폭으로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춥겠다"며 "해상에는 물결이 10일 4∼6m, 11일 2∼4m 높이로 매우 높게 일고 일부 해안 지역에서는 너울로 인해 높은 물결이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는 곳도 있겠으니 안전과 건강관리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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