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군축 협정 관련 전화내용이 보도되면서 정보 유출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3명의 전·현직 미국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푸틴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2010년 체결된 신(新)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이 미국에 나쁜 협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은 세계 양대 핵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2018년 2월까지 장거리 배치용 핵탄두 수를 각각 1천550개 이내로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국 합의로 협정은 5년 더 연장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먼저 협정의 연장 가능성 얘기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협정은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가 한 여러 나쁜 협정 가운데 하나라면서 러시아에 우호적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언급에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즉답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협정 얘기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통화를 중단하고 보좌관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협정이 무엇인지를 물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미국 대통령이 보통 외국 정상과의 통화를 앞두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준비한 문서 형태의 상세 보고서를 받는 데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개 구두의 사전 브리핑을 받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준비 부족을 꼬집었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보좌관들에게 "의견을 구하려고" 잠시 전화를 멈춘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인기와 관련한 얘기도 푸틴 대통령에게 늘어놓았다.
전화내용이 알려지자 트럼프 정권 들어 유난히 잦은 정보 유출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과 통화한 내용이 새어나가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8일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한 통화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턴불 총리에게 오바마 대통령 시절 체결된 양국 간 난민 교환협정이 "사상 최악"이라며 거칠게 몰아붙였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나쁜 놈들'을 막지 못하면 미군을 내려보내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WP는 "(유출된) 트럼프-푸틴 간 통화의 세부 내용은 백악관 정보 유출의 새로운 우려를 낳고 있다"며 백악관이 미·러 정상 통화를 포함해 외국 정상과의 대화 내용 유출 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백악관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며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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