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10조원 증시 추가투입…집행계획 아직 못 세워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유현민 기자 =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가 갈수록 '사면초가'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특검에 따른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구속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은 데다 오는 25∼28일 전라북도 전주 이전을 앞두고 기금운용본부 핵심인력의 연쇄 이탈에 기금운용 관련 대규모 기밀정보 유출사태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545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제역할 다하지 못할까 봐 가입자들은 이번 주 내내 안타깝고 착잡하기만 했다.
11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운용역 8명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25∼28일 전주 이전을 전후로 20명 안팎의 운용역이 기금운용본부를 그만둘 예정이다.
지난해 기금운용본부를 떠난 운용역 28명까지 포함하면 1년 만에 운용 인력이 50명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기금운용본부 전체 직원 291명 중에서 운용직 직원은 지난달 기준 223명으로 집계됐다. 20명 안팎이 추가로 그만두면 운용직 직원은 정원 260명의 77% 수준인 200명 안팎에 그치게 된다.
더구나 주식·채권·대체투자·해외증권·해외대체투자·운용전략·운용지원실과 리스크센터 책임자인 8명의 실장(센터장 포함)급 임원 중 6명은 보직을 맡은 지 1년도 안 됐다. 특검 태풍 속에 운용 인력까지 연쇄 이탈을 하면 545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이 위태롭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올해 삼성전자[005930] 등 국내 주식투자에 기금 10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집행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기금이 매년 50조원 정도 추가로 쌓여 올해 국내 증시에 10조원 정도를 추가로 투자할 수 있다"며 "국내 주식 운용 규모는 작년 말 100조원에서 올해 11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에서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20%로 유지해오고 있다.
강 본부장은 그러나 "전주 이전을 앞두고 기금운용본부 운용 인력 50명 정도가 그만두고 나머지 직원들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조직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쇄 인력이탈 등 위기 속에서 직원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연금은 최근 내부 감사에서 퇴직 예정자 3명이 공단 웹메일로 기금운용 관련 기밀정보를 전송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기금운용 관련 기밀유출 금지와 비밀엄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이중 실장급 한 명은 기밀정보 유출 관련 감사로 사직서가 반려된 사실을 알고도 재취업기관으로 출근해 영리 업무와 겸직금지 의무, 직장이탈금지 의무도 위반했다. 국민연금은 본부에 이들 3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관련 부서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indigo@yna.co.kr,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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