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전반적인 세금부담↓…국경조정세 도입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몇 주 내에 미국 기업에 전반적인 세금부담을 낮춰주는 깜짝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제개편안에 대한 기대감에 미국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달러화 가치도 1% 넘게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의 세금부담이 줄어야 한다는 언급 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번 개편안은 과거 레이건 정부의 1986년 세제개편안 이래 가장 광범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의회만이 세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세제개편안이 나와도 의회 통과까지 험로가 예상된다고 미국 언론들은 내다봤다.
깜짝 세제개편안에는 트럼프가 공언해온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35%→20%) 방침이 가장 먼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세금을 일시적으로 3.5∼10%로 감면하는 조처도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국경 조정세의 도입 여부다.
미국 공화당이 하원에서 발의한 국경조정세는 기업제품이 판매되는 곳을 과세기준으로 삼아, 수출은 비과세하고 수입비용은 과표에서 공제해주지 않는 법인세제도다. 이는 수출기업에는 세금감면의 효과를 수입기업에는 세금인상의 효과를 불러온다.
하지만 국경조정세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과 어긋나 국제조세조약 위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미국 내 수입물가 상승과 수출증가로 인한 달러 강세를 유발해 경제성장세를 제약할 소지도 있다.
게다가 품목별 과세를 위한 실무작업이 쉽지 않고, 세제도입의 영향이 업종별로 매우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국경조정세는 지나치게 복잡하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은 지난달 국경세 도입 방안에 열중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산 제품에 20%의 수입 관세를 물려 국경장벽 건설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경조정세 도입에 대해서는 미국 내 각계의 의견이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미국 상원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국경조정세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기업들은 유·불리에 따라 찬반의 목소리를 높이며 대결하고 있다.
CNBC 방송에 따르면 데이비드 퍼듀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9일(현지시간) "국경조정세는 퇴행적이고, 소비자들에게 타격이 되며 경제성장세를 끌어내린다"고 밝혔다. 같은 당인 마이크 리 상원의원과 존 코르닌 상원의원도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보잉 등 미국의 주요 수출기업 20여 곳은 '미국산 연합'이라는 단체를 결성, 공화당의 세제개편안이 미국 내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월마트와 같은 유통업체와 에너지 회사, 자동차회사 등은 '저렴한 제품을 위한 미국인'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반대에 나섰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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