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림 시인 네번째 시집 '함께 가는 길'

입력 2017-02-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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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림 시인 네번째 시집 '함께 가는 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하늘과 바다/ 별과 모래/ 그보다/ 더 많은/ 얼굴 얼굴 얼굴/ 오고/ 가고/ 만나고 헤어지는/ 혼란 속에/ 딱 한 사람/ 내 밖의 내가/ 거기 있었다/ 그도/ 나를 자기라 했다/ 나와 나로 하나가 된/ 우리/ 마주 보며/ 머―언/ 길을 함께 걷는다" ('함께 가는 길' 전문)

1989년 등단한 김보림(68) 시인이 네 번째 시집 '함께 가는 길'(순수문학)을 냈다. 시인은 사계절의 순환 앞에서 겸허함을, 꽃과 일출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여기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까지 서정의 전통적 대상을 두루 탐색한 71편의 시를 4부에 나눠 실었다.

막 걸음마를 뗀 아기가 "기웃거리는 봄 햇살"('손자·1')과 같다면 아기를 돌보는 할머니는 사계절 가운데 늦가을 정도를 지나고 있을 것이다. 가을은 "바람과 비와 햇볕으로 이룬/ 조물주의/ 기막힌/ 걸작"('단풍')과 "풍요가 익는 내음"('가을·4')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는 쓸쓸함이 지배하는 계절이다. 늦가을과 지는 해, 노년의 남자는 각자의 순환주기에서 같은 지점에 겹친다.

"잎새에/ 노오란 물이 들 듯/ 가슴으로 번져 오는/ 외로움/ 파아란 하늘만큼/ 깊어진다" ('가을·1' 전문)

"머―언/ 산/ 아스라이/ 푸른 하늘 이고 서면/ 도지는 병/ 가슴 속 깊이/ 파란 멍이 든다" ('가을·3' 전문)

"햇볕이 떨고 있는/ 빈 놀이터/ 까치 한 마리 날아와/ 모래 몇 번 찍어 먹고/ 날아간다/ 석양빛에/ 흰 머리 성근 할배/ 돋보기 넘어 펼친 신문/ 읽는 듯 조는 듯/ 울타리 느티나무 누렇게 물들었다" ('만추·2' 전문)

"수세미가 된 흰 머리"('흰 머리')에 멀리 떨어져 사는 아들이 못 알아보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사연 실은 채 떠나간 지하철 뒤꽁무니에는 "바람만 남는다".('지하철') 세월의 덧없음을 실감하는 노년에 시인은 오늘만을 살자고 다짐한다.

"가 버린/ 어제를 놓아버리고/ 오지 않은/ 내일을 당기지 말라// 이 두 날만 버린다면/ 염려는 사라지고/ 오직/ 오늘의 감사만 있을 것이다" ('두 날만' 전문)

시인은 책머리에 "고뇌와 번민으로 가슴앓이를 하다 하다 더이상 견딜 수 없어 시라는 이름으로 쏟아낸 내 영혼의 호흡, 그 감성의 편린들을 모았다"고 썼다. 96쪽. 1만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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