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한국에서 사재기가 일상적 현상으로 굳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설연휴 전에 계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고 최근에는 소고기, 돼지고기에도 비슷한 조짐이 있다.
이런 현상은 물가가 불안할 때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설연휴 직전에 치솟았던 계란 가격 상승에는 매점매석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결과, 10일 현재 계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전날보다 152원 하락한 7천892원이었다. 한 달 반 만에 7천원대로 내려왔다.
계란값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한 달 넘게 8천~9천원대에 머물다가 설 연휴가 지나면서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격이 떨어진 것은 미국산 계란 수입을 계기로 국내에서 물량이 적지 않게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계란가격이 더는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유통업자와 농민들이 계란을 시장에 내놓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란가격이 올랐던 것은 AI에 따른 공급부족이 큰 영향을 줬겠지만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농민들은 물량을 내놓지 않고, 중간 유통상은 사들이기만 하고 공급은 하지 않았던 매점매석에 따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의 불안에도 사재기가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당 1만5천653원이었던 한우 1등급 지육가격은 지난 8일 현재 1만7천242원으로 10.2% 올랐다.
돼지고기 도매가 역시 지난달 31일 ㎏당 4천329원이던 것이 8일에는 4천757원으로 9.9% 상승했다.
한 대형마트 정육 바이어는 "구제역이 확산 조짐을 보이자 대형 유통상들이 미리 물량을 다량 확보해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일주일 사이 소·돼지고기 도매가가 오른 것은 이런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재기를 강력 단속키로 했다.
정부는 10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축산물 수급대응과 계란 공급확대 방안 등 물가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정부는 혼란을 틈탄 가공식품의 편승인상·담합, 중간 유통상 사재기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작년 말에는 식당에서 '하이트' 맥주를 마시기 어려웠다.
하이트의 가격 인상을 예상한 일부 식당 업주들이 가격이 오르기 전에 대량으로 사놓고는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른 뒤에 비싸게 팔려는 계산이었다. 대형 주류도매상들도 사재기에 합류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4년에는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담배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편의점 담배 판매대에서는 그 흔한 담배가 보이지 않았고 흡연자들은 담배를 구하기 위해 편의점 여러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이는 가격 인상 전에 담배를 챙겨놓는 사재기가 곳곳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매점매석 행위는 불법이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르면 사업자는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매점(買占)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겼을 시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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