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계정 등 최소 4개월 해킹공격에 노출…기밀문서는 유출 안됐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미국 대선 때 러시아 해커들이 민주당 전산망을 해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외교부도 러시아로 추정되는 해킹 세력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 이탈리아 정부 관리를 인용, 이탈리아 외교부의 이메일 계정 등이 작년 봄부터 최소 4개월 동안 해킹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정부 관리는 그러나 당시 해킹이 암호화된 시스템은 뚫지 못해 기밀 문서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킹은 주로 각국에 파견된 외교관들이 현지 상황을 본국에 보고하는 이메일 등에 집중됐으며, 당시 외교부 장관이던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업무에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킹 공격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또 당시 해킹 사건에 대해 정통한 다른 2명의 정부 관리가 해킹 배후로 러시아에 의혹이 쏠리고 있음을 시인했다며, 현재 이탈리아 검찰에서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이탈리아 정부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해킹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독일이나 영국 등 다른 서방 국가에 비해 러시아와의 관계가 덜 적대적인 편이라는 점에서 이번 해킹이 러시아의 소행이라면 러시아가 친소를 가리지 않고 서방 진영을 무차별적으로 해킹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 재임 시절,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직후 대 러시아 제재에는 찬성했으나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에는 강하게 반대했다.
이번 러시아의 해킹 의혹은 이르면 오는 6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는 이탈리아 총선에도 러시아의 입김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시리아 군사 개입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오성운동을 측면 지원할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이 존재한다.
한편, 올해 초 미국 연방수사국(FBI)과의 공조 수사를 통해 체포된 45세의 미국계 이탈리아 원자력 엔지니어 줄리오 오키오네로와 그의 누나가 마테오 렌치 전 총리 등 이탈리아 고위 정치인과 관료의 이메일을 해킹 표적으로 삼은 것에서 드러나듯 이탈리아는 사이버 공격에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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