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에 최악의 인성…미국 기존제도 침식·민주규범 약화"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25년 전 저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뒤로 물러날 것이라는 감(感)이나 이론이 없었는데 지금은 분명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산·사회주의 붕괴, 자유 민주주의 승리에 따라 인류의 이데올로기 진화가 끝났다며 '역사의 종언'을 주장한 프랜시스 후쿠야마(65)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서구가치 전체를 위협하는 우파 국수주의 광풍을 두고 오판을 시인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를 통해 자유 민주주의의 보루로 꼽히던 미국, 유럽의 위기를 우려하며 이런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세계화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들이 해소할 수 없는 내부의 긴장이 형성됐다"고 위기의 원인을 지적했다.
![](https://img.yonhapnews.co.kr/photo/cms/2017/01/31/01//C0A8CA3C00000159F2E54DCD0002D331_P2.jpeg)
![](http://img.yonhapnews.co.kr/photo/yna/YH/2015/05/06//PYH2015050610440034300_P2.jpg)
세계화가 이민·다문화에 대한 불만과 결합하면서 자유 민주주의 체계 내에서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보낼 정도의 선동적 대중영합주의가 자리 잡을 공간이 생겼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현재 지구촌은 반이민·고립주의를 외치는 포퓰리즘에 휘청거리고 있고 브렉시트와 트럼프 정권 출범은 새 국면을 알리는 증거처럼 여겨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득세하고 있는 우파 국수주의 세력은 세계화 과정에서 경제 양극화에 소외된 노동계층을 동력으로 삼고 있다.
후쿠야마 교수는 부동산재벌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놀란 기색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정치 인생을 통틀어 트럼프보다 대통령이 되기에 인성이 부적합하다고 생각한 인물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너무나 민감하고 불안정해서 개인적으로 어떤 종류의 비판이나 공격을 받아도 반격한다"고 설명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성품 때문에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법부, 야당, 주류 언론이든 간에 자기가 가는 길에 방해된다고 보는 모든 것들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려 드는 대통령 아래에서는 제도가 서서히 침식되고 민주적 규범도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ap/2017/01/22//PAP20170122070001034_P2.jpg)
후쿠야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추기는 국론분열뿐만 아니라 집권 공화당에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선거구를 이익에 따라 재편해 미국을 사실상 1당 국가처럼 만들어 버린 미국의 정치 풍경에 학자들이 가장 많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공화당은 이미 불공정 선거 제도에 한참 편승해왔으며 앞으로 4년동안 그런 상황을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밖에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도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후쿠야마 교수는 "유럽연합은 거듭된 실수 때문에 붕괴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창설은 재앙이었고 집단적 이민정책을 도출해내지 못한 것은 불만을 고조시켰다"고 "공통된 유럽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투자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서방이 심오한 불확실성에 노출됐으나 당황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주요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기대와 상반된 결과가 나온다면 우파 국수주의가 썰물 빠지듯 물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4∼5월에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 9월에는 독일 집권당과 총리를 결정하는 연방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권위주의 통치자들을 가까이하다가 결국 공화당 내부에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