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트럼프 '하나의 중국' 인정 여전히 모호"…변수 기대

입력 2017-02-11 11:57  

대만 "트럼프 '하나의 중국' 인정 여전히 모호"…변수 기대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확인한 '하나의 중국' 정책이 여전히 모호한 점을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대만과 홍콩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후 현실을 직시하고 기존의 대(對)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책으로 회귀했지만 앞으로 중국과 줄다리기 속에서 다시 대만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대만에서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요구에 따라 '우리(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 준수에 동의했다"는 백악관의 발표 성명에 주목했다.

이와 관련, 차이밍옌(蔡明彦) 대만 중싱(中興)대 국제정치연구소 교수는 '우리의'라는 말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 추진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과 중국이 생각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 사이의 차이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이 교수는 "미국에 '하나의 중국' 정책은 중국이 대만을 중국의 일부분으로 여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수준일 뿐"이라며 "트럼프는 이런 전략적 모호성으로 직접적으로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만 정치권과 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 선회에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민진당 국제사무부 주임인 뤄즈정(羅致政) 입법위원은 "트럼프가 역대 미국 대통령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따라 미국의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일 뿐 중국이 생각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이번 '하나의 중국' 동의가 앞으로 미국과 대만간 관계 개선 방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당 장치천(江啓臣) 위원도 "트럼프의 '하나의 중국' 정책 동의는 대수롭지 않은 외교적 응대 발언으로 시 주석과 전화중 다툼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개인적 특성으로 보건대 자신이 여전히 '서브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이에 따라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엔 변수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의 대 양안정책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대만과의 관계 확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대만 학자들은 내다봤다.

옌전성(嚴震生) 대만 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 연구원은 "'하나의 중국' 인정에도 트럼프의 테이블 위에는 여전히 대만 카드가 올려져 있다"며 "미국이 앞으로 계속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중국이 이에 항의하는 한 트럼프는 다시 대만을 협상카드로 꺼내들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인준청문회에서 '6항보증'(六項保證)을 대(對) 대만 기본원칙으로 삼겠다고 강조한 점도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대만 접근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6항 보증은 1982년 미국이 확정한 대만 지원에 대한 묵계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주장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이 대만에 압력을 행사하는 한 무기판매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6가지 약속을 말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하나의 중국' 원칙 도전에 미국의 획기적 관계개선을 기대해온 대만 정부는 일단 미국의 기조 변화를 이해한다면서도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황중옌(黃重諺)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전날 '하나의 중국' 존중 발표 이후 "미국은 대만의 가장 중요한 우방으로 대만은 미국 정부가 동아시아 지역 평화안정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음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대변인은 "대만의 핵심이익은 대만 자유민주 체제의 영속성과 국제사회 및 지역 평화안정의 적극적 참여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대만은 앞으로 계속 미국과 공동으로 더욱 견실한 협력관계 구축과 지역 평화안정에 기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대륙위원회도 이어 "미국이 계속 중화민국 정부의 평화안정 양안정책을 지지해주길 기대한다"면서 중국에 대해서도 "대만과 실리적 소통으로 이견을 해소함으로써 최대치의 협력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상황을 직시해달라"고 촉구했다.

대만에서 미국의 정책방향과 관련해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양카이황(楊開煌) 대만 밍촨(銘傳)대 양안연구센터 주임도 "트럼프가 저렇게 이전의 발언을 가볍게 부정하고 가볍게 동의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정책의 가변성이 크다"며 "계속 트럼프를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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