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기간에는 안타, 삼진 신경 쓰지 말자"
(긴<일본 오키나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저희가 두산 대항마입니까. 영광입니다."
김기태(48) KIA 타이거즈 감독은 '상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영광'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11일 KIA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일본 오키나와 긴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우리 팀을 좋게 봐주시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평가에 선수단이 부담을 느낄 수 있고, 그만큼 선수들도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 팬들이 즐겁다면 우리가 그런 부담을 즐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막강한 전력을 갖춘 팀은 두산 베어스다. 두산은 2015·2016시즌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KIA는 두산 대항마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타격 3관왕 최형우를 4년 100억원에 영입하고 왼손 에이스 양현종과 잔류 계약을 하는 등 전력 상승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8명이나 뽑힌 팀이 두산이다. 우리가 존중해야 하는 팀"이라고 상대를 예우하면서도 "우리 팀이 전체적으로 전력이 상승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라인업을 자주 바꿨지만, 올해는 시원시원한 야구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로 합류한 선수에 대한 만족감은 크다.
김 감독은 "최형우는 이미 검증된 선수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신뢰를 드러낸 뒤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는 오전부터 특별 훈련을 하는 등 성실함이 돋보인다. 테이블 세터 걱정을 지울 선수다. (새 투수) 팻 딘도 헥터 노에시의 도움을 받아 팀 적응을 잘했다"고 밝혔다.
KIA는 지난해에도 주목받는 팀이었다.
베테랑과 신예의 조합을 앞세워 70승 1무 73패로 5위에 올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다.
김 감독은 "지난해 승률 5할을 목표로 정했는데 조금 못 미쳤다. 그래도 가을야구를 경험한 건 의미가 있다"고 2016년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한은 남았다.
김 감독은 "광주에서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지 못해 팬들께 죄송했다"고 털어놨다. KIA는 잠실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를 치렀고, 두 번째 경기에서 LG 트윈스에 패하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014년부터 KIA가 홈으로 쓴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는 개장 후 첫 포스트시즌 경기를 준비했으나, 결국 가을 무대에서 경기장 문을 열지 못했다.
김 감독은 "올해 가을에는 광주에서 많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많은 경기'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 특히 스프링캠프 때는 '안타', '삼진'에도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며 선수들에게 '어차피 해야 하는 것, 즐겁게 하자'고 했다"며 "14일 평가전을 시작하면 선수들이 심적, 신체적으로 힘들 것이다. 그래도 잘 견뎠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다. 지금은 안타 치고, 삼진 잡으려 하지 말라"며 "스프링캠프 기간에 감독은 그걸 보지 않는다. 나는 지금 안타 치고 삼진 잡는 걸 지켜보는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처를 하는 모습을 본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평가전에서도 선수들에게 고른 기회를 줄 계획이다.
"정규시즌에만 144경기를 치른다. 좋은 선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강조한 그는 "또한 야구는 2018년, 2019년에도 계속된다. 지금이 KIA 야구가 산이 되고, 숲이 되는 시간으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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