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인도 국경에 잘못 넘어갔다 54년간 인도에 발이 묶여있던 중국인 노병이 11일 정월대보름(원소절<元宵節>)에 맞춰 고향에 귀환했다.
인도 유랑생활 54년째인 왕치(王琪·78) 노인이 이날 낮 12시(현지시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 고향에서 올라온 조카들의 따뜻한 마중을 받았다고 중신망이 전했다.
왕 노인은 전날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 외교부의 출국 허가증을 받고서 이날 인도에 둔 아들 내외와 함께 비행기로 중국에 도착, 54년만에 고향 땅을 밟았다.
이들은 다시 산시(陝西)성 셴양(咸陽)의 고향집으로 내려가 온 가족들과 함께 원소절을 지낼 예정이다.
왕 노인은 인도접경 지역의 공병부대에서 측량병으로 복무하던 중 중국·인도간 국경분쟁이 끝난 직후인 1963년 1월 산책 도중 길을 잃고 인도 영토로 잘못 들어갔다가 인도에서 간첩죄로 7년간 수감됐다.
석방후에도 인도 당국은 그를 중국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 중서부 나그푸르시의 정치범 수용소 같은 곳에 사실상 감금했다. 그는 현지에서 공장 일을 하면서 인도 여성과 결혼해 자녀 4명을 뒀다.
고향을 잊지 못한채 가족과 연락할 방법을 찾던 그는 1980년대에야 가족들의 편지를 받고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고 2014년엔 외조카의 도움으로 중국 여권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도 당국이 그의 전쟁포로 신분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출국을 불허하면서 그의 귀향은 계속 늦춰졌다.
결국 54년간 이국에서 발이 묶여있던 그의 애처러운 사연이 중국에 소개되면서 중국 외교당국이 인도 정부 설득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주선에 나서면서 귀향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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