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법령 84개 '쿨쿨'·25년째 미개정도…"헌법 최고 권위기관 인정해야"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법령 등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조속한 개정과 변화를 요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정부와 국회가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25년째 묵혀놓고 개정을 미뤄놓은 법령도 있다.
최대 정치 현안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헌재 결정의 권위에 대한 정치권의 왜곡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헌재가 설립 이래 지난해까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법령 조항 663개 중 84개(12.7%)가 아직 개정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에 따르면 1992년 위헌결정을 받은 국가보안법 19조의 경우 25년 동안 개정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당 조항은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에 대해 2차례 구속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불구속 수사 원칙'에 반한다며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2002년 위헌결정이 내려진 국가보안법 13조도 15년이 지나도록 개정되지 않고 있다. 국보법을 반복해 위반한 경우 법정 최고형을 사형으로 한다는 규정이다. '과잉처벌'과 '법 문구의 불명확성'을 이유로 위헌 결정됐다.
윤 의원은 "위헌결정 이후 20년간 정비가 안 됐다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잘못된 법령을 바로 잡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위헌 결정된 법령은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정치권의 이 같은 행태가 탄핵심판 결정에도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위헌 결정도 나 몰라라 하는 정치권이 여야로 확연하게 나뉜 탄핵심판 민심 상황에서 헌재의 결론을 존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헌법 판단에 관해 최고 권위기관인 헌재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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