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외교장관 회담 앞두고 천영우 前외교안보수석 제언
"비핵화 언급 없는 핵동결은 무의미…한일, 수용 못할 것"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국이 중국에 대한 '화력'을 북핵 해결에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2006∼2008년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65) 전 외교안보수석은 16∼17일께 독일에서 열릴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그에 이어질 한미·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 등을 앞두고 한국 외교 당국에 이같이 제언했다.
천 전 수석은 지난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하나의 중국 원칙, 세컨더리보이콧(secondary boycott·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 등 미국이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북핵 해결에 집중적으로 쓰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카드로 통상(通商)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도 해결하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한국과 일본은 대 중국 압박 카드를 북핵 해결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전 수석은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대북정책 검토에 대해 "과거보다는 (북핵 문제의) 순위가 올라간 것은 틀림없다"며 "오바마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는 이란 핵 문제와 대 테러 전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북핵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전 미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가지고 중국과 얼굴을 붉히고 언성을 높일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기에 김정은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개발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며 "만약 트럼프가 (최대의 대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압박할 카드를 총동원하겠다고 하면 평화적으로 북핵을 해결할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천 전 수석은 "같은 제재를 하더라도 거기에 얼마나 많은 외교적·정치적 자산을 투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전면 제재냐 부분적 제재냐에 따라 김정은에게 주는 임팩트(타격)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석유를 팔건 석탄을 수입하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중국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나서면 국제 외환거래 시스템 안에 있는 중국 기업들은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세컨더리보이콧을 단행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거론 빈도가 높아지는 대북 선제 타격론에 대해 "미국에서 나오는 '위급성'(imminence, 북한의 공격 위협이 임박한 상황이면 대북 선제 타격을 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등장하는 표현)이라는 말은 예방적 자위권에 근거를 둔 선제 공격을 법적으로 정당화하는데 쓰는 표현"이라며 선제 타격 카드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주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천 전 수석은 북핵 협상의 당면 목표로서 일각에서 거론되는 '핵동결'(핵시설 가동과 핵무기 개발의 중단)의 맹점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의 큰 틀 속에서 1단계로 동결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비핵화를 할지 안 할지에 대한 아무 언급없이 동결만 하는 것은 북한이 보유한 핵을 정당화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수용할 수 없는 것이고, 미국에서도 논란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전 수석은 "동결 다음 단계에 비핵화를 할지 말지에 대해 모호하게 한 상태에서의 동결은 의미가 없다"며 북한의 핵 동결에 막대한 보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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