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에 얽매여 마음 급해지지 않도록
(긴<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KIA 타이거즈 전력 분석팀이 스피드건을 치웠다.
동시에 젊은 투수들의 부담도 사라졌다.
KIA는 11일 일본 오키나와현 긴 구장에서 자체 평가전을 치렀다.
이날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투수의 구속을 측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김기태 감독은 "지금은 준비 단계다. 느린 것도 문제지만, 서두르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선수들 가슴 속에는 경쟁심이 있다. 아무리 평가전이라고 해도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사령탑의 눈에 들어야 1군에 진입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은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다.
투수에게 구속은 여러 평가 기준 중 하나다. 자신의 평소 구속보다 낮게 나오면 젊은 투수의 마음도 급해진다.
KIA 코칭스태프는 이를 방지하고자 했다.
아직 스프링캠프 초반이고, 오키나와는 쌀쌀하다.
당연히 투수의 구속은 평소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아예 구속을 측정하지 않았다. 누구도 투수의 구속을 알 수 없다. 투수들의 부담도 줄었다.
김 감독이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선수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 감독은 오키나와를 찾은 취재진에 "'감독이 누구를 더 눈여겨본다'는 기사는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역시 젊은 선수들이 부담을 덜고 훈련에만 집중하게 하려는 의도다.
실제로 김 감독은 여러 선수를 동시에 눈여겨보고 있기도 하다.
그는 "우리 팀에는 좋은 베테랑이 많다. 하지만 정규시즌 144경기를 모두 이들에 의지해 치를 수 없다"며 "또한 2018년, 2019년에도 야구를 계속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자라서 KIA 야구가 산이 되고 숲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KIA는 11일부터 실전 테스트에 돌입했다. 김 감독은 일단 젊은 선수들을 자주 시험대에 세울 계획이다.
KIA에 처음 부임한 2015년과 지난해에도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젊은 선수 위주로 평가전을 치렀다. '오키나와 연패'에 시달릴 때도 "승패, 안타, 삼진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역할에 맞게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올해도 김 감독은 같은 철학으로 스프링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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