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0평 혼자 모내기"…악몽 같았던 北 강제노동

입력 2017-02-12 07:40  

"매일 100평 혼자 모내기"…악몽 같았던 北 강제노동

제네바 찾은 탈북 청소년들 유엔에서 피해 진술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왜 그렇게 죽도록 일을 해야 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10일(현지시간) 제네바 유엔 사무국을 찾은 전효빈(16·여), 김은솔(18·여) 두 학생의 목소리는 작지만 또렷했다.

각각 2013년, 2015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두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을 유년기, 청소년기를 노예나 다름없는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보내야 했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효빈이는 "소학교와 중학교 2년을 학교에서 보냈지만 일한 기억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오전 학교 수업을 하면 오후에는 철길·도로 개보수 같은 건설 현장 일을 했고 6월에는 학교 수업 없이 모내기에 모두 동원했다. 가을에도 추수 일을 해야 했다.

효빈이는 2013년 6월 모내기에 동원했다. 원래 두 살 더 많은 학년부터 동원됐는데 일손이 부족하다고 징발됐다. 협동농장에 배치돼 한 달을 같이 생활하며 혼자서 하루에 100평에 모를 심어야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협동농장에서는 1천명 정도 학생들이 같이 일을 했다.

아침 4시 30분, 5시면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일을 했다. 옥수수밥, 소금에 절인 무, 소금국이 전부였다.

겨울에는 장작을 모아야 했다. 50여명 학생과 교사 3명이 산에 들어가 손으로 오두막을 짓고 잠잘 곳을 마련한 뒤 일주일간 나무를 했다.

눈이 수북하게 쌓인 겨울 산을 10시간씩 헤매면서 통나무와 씨름을 하다 보면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농사, 장작 모으기 외에 손으로 벽돌을 찍어내는 일등 건설 일은 수시로 해야 했다.

올해 대학 입학을 앞둔 은솔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평안도 시골에 살았던 까닭에 효빈과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 일곱 살 때부터 강제노동에 내몰렸고 공부를 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그의 손은 20대를 앞둔 여성 같지 않게 굳은살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처음에는 굳은살 때문에 아프기도 했고 동상에 걸렸었는데 할머니가 치료해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으로 택했는데 영어로 바꿀까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북한에서 겪었던 일들은 영어로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아무래도 통역이 있으면 내가 느꼈던 걸 그대로 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폐철, 토끼 가죽 같은 걸 모아서 내는 '경제과제'도 고통이었다. 제대로 못 내면 돈을 내라고 했는데 한 달에 바쳐야 하는 돈이 2천∼5천원이었다. 당시 북한 노동자들 월급이 2천원이었다고 했다.

교사에게 뒷돈을 줘야 강제노동에서 빠질 수 있었지만 대부분 그런 돈을 댈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파서 일을 빠지면 그날 일을 마친 아이들과 교사가 밤에 집으로 찾아와 일을 나오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아프다고 빠질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은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와 ICNK(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등의 도움으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와 현대판 노예제도 특별보고관실에 경험을 진술했다.

ICNK 권은경 사무국장은 "북한 어린이들이 처참한 상태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북한을 "강제노동, 성매매 피해 남성·여성·아동의 근원이 되는 국가"라고 지적하면서 14년 연속 인신매매 최악 국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mino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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