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외 단순 불법체류자도 구금…추방 신호탄되나 촉각
국토안보부 "행정명령과 무관한 통상단속"…멕시코 외교부 "멕시코인 조심하라"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주 미국의 6개 대도시와 주(州)에서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규모 단속에 나서 수백 명을 체포했다고 CNN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번 단속은 '불법체류자 300만 명 추방'을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중앙 정부 차원의 단속이다.
국토안보부를 비롯한 정부 관리들은 통상적인 법 집행이라고 말했지만, 미국 내 이민자 사회는 '추방작전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며 큰 불안감 속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고 있다.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이슬람권 7개국 국민에 대한 한시 미국입국 금지와 기존 비자취소를 골자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때를 같이 하는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 관리들은 불법체류자의 집과 일터를 급습하는 방식을 취했다.
애틀랜타,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노스캐롤라이나 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등 6개 지역에서 지난 6일 '작전'이 개시돼 10일 정오에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자뿐 아니라 범죄 경력이 없는 불법체류자도 붙잡혔다. 규모는 수백 명으로만 보도되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중남미 12개국에서 온 불법체류자가 체포됐다고 확인했다.
로스앤젤레스의 ICE 간부인 데이비드 마틴은 전날 기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주 단속에서 체포된 160명 가운데 75%가 중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나머지는 경범죄자이거나 불법체류자"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37명은 멕시코로 추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마틴은 "1년에 2∼3번씩 하는 단속"이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질리언 크리스텐센 국토안보부 대변인도 '통상적 단속'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체포자의 대다수가 중범죄자라며 "우리는 공중의 안전과 이민시스템의 통합에 위협이 되는 사람만을 문제로 삼는다"라고 말했다.
CNN방송은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자 추방작전의 시작인지, 아니면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통상 해오던 단속의 연장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민자 권익옹호단체인 '유나이티드 위 드림'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첫 단속"이라며 "일회성이 아닐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6개 지역뿐 아니라 플로리다, 캔자스, 텍사스, 버지니아 북부에서도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불법체류자 단속이 실시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조치가 적절치 않다는 반대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루 코레아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이민 당국에 보낸 서한에서 "이런 행동은 공포를 키우고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면서 우선 체포대상, 앞으로의 단속계획 등 10개 질문을 제출했다.
멕시코 외교부는 지난 9일 낸 성명에서 미국에서 추방된 멕시코 여성 과달루페 가르시아 데 라요스(35)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 내) 모든 멕시코인은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21년 전 미국에 건너온 뒤 취업 때 가짜 사회보장번호를 사용한 죄로 교도소에서 3개월 복역하고, ICE에 3개월 구금된 적이 있는 라요스는 연례 면담을 위해 ICE를 방문했다가 즉각 구금돼 멕시코로 추방됐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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