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노예옹호 논란' 학부 명칭 '그레이스 호퍼'로 변경

입력 2017-02-12 06:06  

예일대 '노예옹호 논란' 학부 명칭 '그레이스 호퍼'로 변경

'존 C. 칼훈 칼리지' 명칭은 역사속으로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미국 사립 명문대 중 한 곳인 예일대가 산하 기숙형 공통학부 중 하나인 '존 C. 칼훈 칼리지'의 명칭을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 칼리지'로 바꾸기로 최종 결정했다.

예일대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피터 샐러비 총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2017∼2018학년도가 시작되는 오는 8월부터 학교 명칭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예일대는 학교 건물에 돋음 새김 된 '칼훈 칼리지'라는 이름을 제거하지 않기로 했다.

또 미국 7대 부통령 출신으로 강경한 노예제도 옹호론자였던 칼훈의 역사적 공과를 설명하는 자료도 비치할 계획이다.

칼훈의 이름을 대신할 그레이스 호퍼는 초창기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 발전을 주도한 여성 과학자다.

1934년 예일대학에서 수학·수리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호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2진 신호로 바꾸는 '컴파일러'의 최초 개발자이자 컴파일러 계열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볼'(COBOL)의 개발자로 '코볼의 어머니'로 불린다. 그는 또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실행 오류에 '버그'라는 이름을 가장 먼저 붙인 사람이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서 백인 우월주의 사상에 물든 딜런 루프가 교회 신도 9명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예일대학에서도 칼훈의 이름이 학부 명칭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됐다.

대학 측에서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명칭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해 7월 칼훈 칼리지에서 흑인들의 노예노동을 묘사한 스테인드글라스를 흑인 노동자가 고의로 파손하는 일이 발생하고 다시 칼훈의 이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대학 측도 명칭 변경을 검토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예일대뿐 아니라 하버드와 프린스턴,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등에서는 최근 대학원이나 교내 시설 등에 붙은 사람 이름 중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제외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smi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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