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프로야구에서 뛰는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는 KBO리그 시절부터 '인성 좋은 선수'로 잘 알려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리그를 주름잡을 때도 그는 거들먹거리지 않았다.
야구를 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예의를 갖췄고, 훈련이나 시합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결례를 범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정중히 사과했다.
이런 그가 '한국산 거포'라는 수식어를 달고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자존심을 단단히 구겼다.
세계 최정상급 투수들의 빠른 공에 애를 먹었고 다치기까지 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타율 0.191(215타수 41안타), 12홈런, 24타점에 그쳤고, 부상까지 겹쳐 시즌 도중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박병호는 지난해 9월 28일 새벽 4시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자신을 기다린 취재진에 처음 한 말은 "이 시간에 와서 정말 죄송합니다"였다.
그는 부진에 대한 핑계를 대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생각보다 훨씬 강했고 자신이 부족했다며, 2017시즌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병호는 4개월여 만인 지난 2일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내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힘겨운 도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식 인터뷰를 마친 박병호는 기자 몇몇과 따로 편한 대화를 나눴다.
앞으로 자신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올 상황이 부담스럽다면서 "눈과 귀를 닫고 살아야겠다"며 껄껄 웃었다.
'국민거품 박병호'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 얘기도 나왔다.
'국거박'으로도 알려진 이 누리꾼은 그와 관련한 기사에 밤낮없이 악플을 다는 것으로 악명 높다.
박병호는 "그동안 잊고 있었어요. 에이 뭐, 그분도 사정이 있겠죠"라고 웃어넘겼다.
명예회복을 벼르며 출국한 박병호는 미국 땅을 밟은 지 얼마 안 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마이너리그로 보내기 위한 방출대기 절차에 들어갔다. 그를 영입하겠다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자, 미네소타는 공식적으로 그를 마이너리그로 내렸다.
박병호가 마이너로 강등되자 일부 누리꾼들은 다시 악플을 쏟아내고 있다.
박병호가 이런 악플을 딛고 냉정하기 짝이 없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이왕이면 인성까지 갖춘 선수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대부분의 한국 야구팬이 그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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