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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최소 4곳의 미국 비영리 무슬림단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 이슬람·무슬림 정책에 반대해 연방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임기 말인 지난달 13일 '극단주의 폭력에 반대'(Countering Violent Extremism·CVE) 프로그램의 연방 지원 대상으로 지정된 31곳의 단체 중 4곳이 지원금 수령을 거절했다.
CVE는 미국 바깥의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나 미국 내 백인 우월주의자 집단과 맞서 싸우는 단체에 연방 자금을 지원해 과격 단체에 경도돼 스스로 급진화하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토안보부는 지방자치단체, 대학, 비영리단체 등을 섞어 1차 지원 대상 단체 31곳을 선정했다.
그러나 반이민·무슬림을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슬람권 7개 나라 국민의 미국 입국을 잠정 불허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해 세계를 뒤흔든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이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다음주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표하겠다며 반이민 정책의 연장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이슬람 대학인 바얀 클레어먼트,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의 소말리아 출신 미국인 지원단체인 '카죽'(Ka Joog)이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선 연방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시간 주 '공동체의 진보와 지원을 위한 지도자들'도 정치 환경을 이유로 들어 50만 달러(약 5억7천500만 원) 지원금을 거절했고, 극단주의에 대항하는 교육 영화를 제작하는 버지니아 주의 '통합생산재단'도 새 행정부가 가져온 변화 탓이라며 40만 달러에 가까운 지원금을 안받겠다고 했다.
바얀 클레어먼트는 10일 낸 성명에서 "정부와 앞으로도 계속 일해야겠지만, 지금 반무슬림 분위기에선 도의적으로 자금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종교 간 협력, 시민 참여, 사회 정의를 개선하는 2년짜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연방 정부에서 80만 달러(약 9억2천만 원)를 받을 예정이었다.
'카죽'은 이달 1일 트럼프 행정부가 증오, 공포, 불확실성을 조장하고 미국 무슬림과 이민자들에게 비공식적인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CVE 지원금 약 50만 달러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미니애폴리스에는 소말리아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산다. 소말리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서 입국 중단을 지시한 테러 위험 이슬람권 7개 나라 중 하나다.
카죽의 한 관계자는 "50만 달러는 비영리 재단에 아주 큰 돈이나 새 행정부는 무슬림과 이민자, 그리고 난민과 함께 일하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반대한다"면서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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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슬람 또는 급진 이슬람 극단주의를 강조하고자 CVE의 명칭을 '이슬람 극단주의에 반대'(Countering Islamic Extremism) 또는 '급진적 이슬람 극단주의에 반대'(Countering Radical Islamic Extremism)로 바꾸길 원하고 있다.
'폭력'의 대상을 이슬람으로만 제한하면 백인 우월주의단체와 같은 과격 집단이 가해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극우 언론인 출신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수석 고문 겸 수석 전략가로 지근거리에 앉힌 상황이라 이런 우려는 설득력을 얻는다.
백인 인종주의 단체 네오나치 전 단원 또는 국내 극단주의자의 갱생을 돕는 '증오 이후의 삶'의 설립자 크리스티안 피치올리니는 AP 통신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CVE 명칭 교체는 현재 통계적으로 광범위하며 어느 국내외 단체보다 실질적인 테러 위협인 미국 내 백인 극단주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해결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걱정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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