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폭격기편대 동해 진출도 구소련 전략초계비행 '흉내'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의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이 동아시아 해역에 이동 배치되자 중국이 구 소련의 전술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최근 '러시아는 어떻게 항공모함에 대처할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과거 미국 항모 전력에 대처했던 구 소련군의 전술을 상세 분석하며 당시 소련군의 전법이 중국군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신문은 먼저 1973년 지중해에서 미국과 소련이 대치했을 당시 전력이 우세했던 미 해군 6함대가 소련 해군 함대에 밀려 후퇴했던 일을 끄집어냈다. 당시 미군은 개전시 미 함재기가 소련 함대를 타격하겠지만 소련 함정들이 피격 직전에 발사할 수백발의 대함미사일에 의해 항모 함대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뒤로 물러섰다.
당시 미 해군의 엘로 줌왈트 참모총장은 "만약 미국이 1970년 이후에 소련과 전쟁을 벌였다면 우리는 지고 말았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미 해군의 승리 확률이 35%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중국은 옛 소련군이 1960년대부터 발전시켜온 대(對) 미 항모전단 전술에 주목하고 있다. 일찌감치 우주, 공중, 해저, 해상의 대항모 전력을 정보통신으로 긴밀히 연계하는 방법으로 미국 항모 전단을 꼼짝못하게 만들 방안을 고안해낸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소련이 1970년대 들어 개발한 'MKRC 레젠다(Legenda)'라는 위성 기반 해양감시 시스템은 함대 레이더가 포착할 수 없는 수평선 너머의 적함을 위성 데이터링크 유도 방식으로 공격할 수 있다.
전자정찰위성과 레이더 정찰위성을 조합해 전세계 해역에서 항모전단을 발견, 추적하고 공격할 수 있는 혁신적 시스템이었다.
당시 미군이 유효한 위성 제압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았던 탓에 소련군은 영역을 넘나들며 우주, 항공, 해양, 해저에서의 정찰능력과 화력을 항모전단 한곳에 집중시켜 입체적인 포위공격 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
신문은 "오늘날 시각으로 보더라도 당시 소련군의 전술은 우리가 중요한 본보기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술이 미국 항모전단이 갖고 있는 취약점을 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모전단이 방공, 대함, 대잠 작전임무를 수행할 때 그 항속과 대형이 서로 어긋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방공, 대잠 작전에는 모든 항모전단의 고속기동과 함께 보조 함정들이 항모를 에워싸며 대열을 넓혀 방공구역과 통제해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반면 대잠 작전엔 항모전단의 저속 항행과 보조함정들의 항모 밀집 배치가 요구된다.
따라서 미국의 항모전단이 공중, 해저, 해상에서 동시에 공격을 받게 되면 하나를 챙기다 다른 것을 놓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련군은 미 항모전단의 이런 약점을 겨냥해 자신에게도 불리한 폐쇄된 해역으로 몰아넣고 해·공군간 연계 체제를 통해 미군의 전열을 교란하고 방어선을 무너뜨리며 돌파 기회를 창출해냈다고 중국 측은 평가했다.
중국의 이 같은 대 항모 전술 언급은 일본 요코스카항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항모에 더해 미 3함대 소속 칼빈슨 항모전단이 동아시아 쪽으로 이동해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칼빈슨호는 지난 10일 괌 기지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항모는 다음 달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해방군보는 옛 소련의 대 항모 전술이 제시하는 과역(跨域) 협력 개념과 연합 제압 체계, 포화 공격(적의 공격 수준 이상의 병력으로 공격하는 것) 원칙을 흡수하고 첨단 장비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면 '초강대국의 무적함대'도 두려울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옛 소련 전술 따라하기는 최근 중국 폭격기 편대의 동해 진출에서도 선을 보인 바 있다.
중국은 지난달 9일 훙(轟·H)-6K 폭격기 6대와 윈(運·Y)-8 조기경보기, 윈-9 정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침범한 뒤 대한해협 상수도를 지나 동해 상공까지 발진시켰다.
소련이 냉전 시기 전략핵폭격기를 동원, 동해 일대를 초계 비행하며 한미일 동맹을 위협했던 상황을 상기시킨다. 구 소련 붕괴 15년만인 지난 2009년 러시아는 전략폭격기에 의한 전략 초계비행을 재개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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