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北, 저강도 도발로 美 대북정책 '간 보기'"

입력 2017-02-12 12:45  

전문가들 "北, 저강도 도발로 美 대북정책 '간 보기'"

"한미 연합훈련 앞두고 미사일 능력 과시"

"김정일 생일(16일) 앞둔 내부 결속용" 진단도

"사드 배치 가속화·中 보복 등 연쇄반응 부를 듯"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김호준 곽명일 기자 = 국내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북한이 12일 노동 또는 무수단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에 대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탐색적 도발'이라는 데 대체로 일치된 평가를 내렸다.

다음 달부터 실시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오는 16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을 계기로 내부 결속을 위해 축포를 쏘아 올린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음은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시험하는 측면이 있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부담이 너무 크고 실패할 경우 북한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된다. 낮은 수준에서 저강도 무력시위를 하면서 트럼프 정부가 이렇게 할 경우 어떻게 나오는지 간을 보는 성격일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는 북한이 군사적 무력시위 옵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미국, 한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에 환기하는 효과도 있다. 또 하나는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북한 내부 결속을 하고, 김정은 체제가 지금까지 경제적 성과는 없지만, 군사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내세워 주민들의 충성을 끌어내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 키리졸브(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 이런 식으로 미사일이 발사된다는 것은 미국 항공모함에도 부담이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북한이 작년 6월 22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무수단 미사일은 당시 400여km를 날아간 것으로 평가됐는데 오늘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500여km를 날아갔다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더욱 진전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에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8번 발사해서 단 한 번 성공했는데 올해는 처음 발사한 중거리 미사일이 단번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작년 6월 22일에는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오늘 오전에는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한국이나 미국의 요격 시도를 피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그동안 ICBM 시험발사는 결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ICBM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안에 반드시 ICBM 시험발사를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ICBM 시험발사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반대를 의식해 북한이 이번에 발사체를 무수단 미사일로 바꾸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이 오늘 탄도미사일 능력의 진전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미 행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사드 배치를 더욱 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중국이 그 같은 미국의 대응에 다시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김정은의 첫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지난해부터 3~4개월 동안 전략적 인내심을 가지고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쭉 지켜봤다. 하지만 어제 트럼프와 아베가 북한 핵이 제일의 위협이라고 하면서 기대가 허물어졌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북한에 대한 압박이 단호하다는 판단하에 미사일 도발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강 대 강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도발한 미사일이 ICBM이 아닌 중거리 정도의 미사일을 쏜 것은 트럼프 정부를 시험하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거칠게 나갈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김정일 생일도 코앞이고 해서 주민들에게도 위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포함됐을 것이다.



◇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을 호락호락하게 봐서는 안 된다. 최선희(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가 두고 보겠다고 했다고 그냥 팔짱을 끼고 가만히 있을 거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처음에는 명분을 중요시하는 북한 입장에서 한미연합훈련 시기인 3월에 도발할 것으로 봤다가 최근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2월로 당겨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미국과 북한 간에 '말 대 말' 기 싸움이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선 자신의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에 그저 중요한 아젠다가 아니라 시급한 아젠다라고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이건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관련 인선 속도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결국, 공식적인 미북협상 채널이 가동될 가능성도 더 빨라지고 높아질 것이다. 이번 도발은 기 싸움과 우선순위 끌어 올리기 차원에서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면대결로 가면 얻을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북한은 올해 상반기까지 핵실험을 비롯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자제하면서 미국의 입장을 최대한 떠보려고 할 것이다. 오늘 발사한 미사일은 사정거리로 봐서는 무수단 또는 노동으로 추정되고, 가능성은 작지만 스커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로썬 무수단과 노동 미사일의 기술 개선을 위해 준비만 되면 언제든지 쏘아 올리는 차원으로 본다. 시기적으로는 개성공단 중단 1주년과 맞물리지만,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에 개입할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이 대북강경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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