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사상 첫 무기수 재심 결정에도 검찰 항고로 재심 미뤄져
광주고법, 검찰 항고 기각 "재심해라"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무기수 김신혜(40·여)씨가 재심 재판정에 한 발 더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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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4개월 전 법원의 재심 결정에 검찰이 항고하면서 재심이 미뤄졌지만, 광주고법이 이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무기수에 대해 재심 결정이 내려진 것은 사법사상 처음이다
12일 광주고법에 따르면 형사1부(부장판사 노경필)는 광주지법 해남지원의 재심 개시 결정이 부당하다며 검찰이 제기한 항고를 기각했다.
김씨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돼 청주교도소에서 17년째 복역 중이다.
김씨는 지난 2015년 11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재심 결정이 받아들여졌으나 검찰의 항고로 1년이 넘도록 재판정에 다시 서지 못했다.
검찰이 대법원에 재항고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김씨에 대한 재심이 언제 이뤄질지는 아직 장담하기 힘들다.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항고·재항고, 재심 재판, 그에 대한 항소·상고까지 가게 되면 김씨의 무죄 주장 진실 규명 작업은 수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당시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이 인정된다"며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사건은 김씨가 23살 때인 200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3월 7일 전남 완도 정도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김씨의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틀 뒤 경찰은 김씨를 존속 살해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검찰은 20일 뒤 사체유기 혐의를 얹어 기소했다.
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5개월 뒤 해남지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같은 해 12월과 이듬해 3월 광주고법과 대법원에서 항소가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김씨는 15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노역까지 거부하면서 부친 살해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부분 기결수가 노역을 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로 하기 힘들다.
재심은 이로부터 15년이 지난 2015년 1월 제기됐으며 같은 해 5월 해남지원에서 재심 개시가 결정됐으나 검찰은 항고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재심을 청구하며 "재판기록과 증거 등을 검토한 결과 반인권적 수사가 이뤄졌고 당시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는 현재 판례에 따르면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씨의 변호인단은 "사건 발생 당시 수사 경찰관들로부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 직무상 범죄를 시인하는 진술을 받았고 이 가운데 한 명은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사망하기 1∼2시간 이전에 다량의 약물을 복용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부검 감정서와 70여 개의 새로운 증거, 외국 사례, 판례도 제출했다.
이번에 고법에서도 재심 개시 결정이 된 만큼 검찰이 재항고를 포기하면 김씨는 재심 재판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길이 열리게 된다.
김신혜 재심청원을 위한 시민연합 등이 검찰의 재항고 포기 촉구를 강력히 주장하는 등 신속한 재심 개시를 요구하는 여론도 적지 않아 검찰이 대응이 주목된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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