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양양, 청주, 대구 등 지방을 거점으로 저비용항공사(LCC) 설립을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정부에 정식으로 운항면허를 신청한 업체는 아직 한 곳 뿐이지만, 각 지역이 LCC 설립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서 국내 항공시장이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양양을 거점으로 작년 4월 출범한 LCC인 플라이양양이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신규 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다.
국토부는 사업면허 심사위원회를 개최한 뒤 이달 중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플라이양양은 올해 3대, 내년에 2대 등 B737-800 항공기 총 5대를 도입해 8월부터 근거리 국제선에 취항한다는 구상이다.
선양(瀋陽)·광저우(廣州)·웨이하이(威海)ㆍ지난(濟南)·구이양(貴陽) 등 양양국제공항을 출발지로 하는 중국 9개 노선을 비롯해 인천∼시즈오카(靜岡)·가고시마(鹿兒島) 등 일본 4개 노선, 인천∼달랏(베트남)·치앙마이(태국) 등 동남아 4개 노선을 운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양 이외에 다른 4개 지역은 항공운송사업 면허 신청을 준비 중이거나 법인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 작년 5월 세워진 K에어항공은 내년 초 운항을 목표로 기재 도입 등 사전 준비 단계에 있다.
180석 규모인 A320 5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며 이달 중 운송사업 면허 신청을 한다는 방침이다.
비슷한 시기 출범한 대구 거점인 에어대구는 대구∼제주 국내선과 대구∼일본·중국 국제선에 올해 말부터 운항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밖에 경남도는 영남권 5개 시·도 상공회의소 회원 기업을 중심으로 자본금 1천억원을 출자해 남부에어라는 이름의 LCC를 설립하기로 했다.
경남도청이 한국종합경제연구원에 의뢰해 항공사 설립 타당성 용역을 올해 8월까지 진행하며 이를 토대로 연말께 김해국제공항에서 국내선부터 취항한다는 구상이다.
LCC는 아니지만 경북 포항에서는 소형항공운송사업자인 포항에어가 설립돼 내년 9월 운항을 목표로 운송면허 신청을 준비 중이다.
다음 달 50인승 CRJ-200 항공기 1대를 시작으로 연내 5대의 기재를 들여와 포항∼제주, 포항∼서울 노선에 띄운다는 목표다.
이처럼 지역에서 LCC와 소형항공사 출범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정기 노선이 늘어 관광객 유입이 확대되면 지역공항 활성화와 경제 발전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어서다.
최근 10년간 LCC들이 중·단거리 노선에서 대형항공사들을 제치고 약진하면서 높은 성장성을 확인한 영향도 있다.
신규 항공사들이 획기적인 사업 모델을 도입해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권이 넓어지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항공시장이 과열돼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국내 LCC는 6곳이나 되지만 취항하는 노선은 중·단거리 위주로 거의 유사하다.
운항지는 겹치는데 수요가 한정적이다 보니 항공사별로 출혈경쟁이 심하지만, 국내선의 경우 제주 노선을 제외하고는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기반 LCC가 충분한 준비 없이 무조건 시장에 뛰어든다면 수익성이 더욱 악화해 결국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항공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따져 신규 사업자들의 운항 적격성 등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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